Story 10. 무식하면 몸이 고생
2011년 12월 25일 일요일
에스파한으로~
아침 일찍부터 에스파한으로 떠나기 위해 분주했다. 서울로 (서울에는 테헤란로가,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다는거!)도 한번 가보고 싶긴 했지만 이 삭막한 테헤란에 더이상 머물 이유가 없다고 판단, 얼른 다음 일정으로 가기로 했다. 일본인 S와 일본인 2도 오늘 이스파한으로 떠난다고 했다. 내가 제일 먼저 호텔을 나섰는데, 어차피 이스파한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유일하게 도미토리가 있는 Amir Kabir 호텔에서 만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서로 "See U soon~" 하고 헤어졌다. 나는 곧장 메트로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수도이자 대도시 답게 테헤란에는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동서남북 네개의 커다란 버스터미널이 있었는데, 다행히 바로 메트로로 연결이 되었다. 메트로 역에서 나와 줄지어 있는 가게들 중 한 곳에 들어가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또 다른 가게에서 팔라펠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향수 삐끼들을 물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터미널로 직행했다. 버스 삐끼들이 하나둘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물었는데, 몇번 무시하고 나자 아무도 다가오질 않았다. -_-;;; 그렇게 외로이 버스를 찾아댕기다가 경찰아저씨를 발견하고 냉콤 붙잡고 물어보니 친절히 티켓오피스까지 데려다주셨다. 티켓도 무사히 샀고, 출발도 금방 하고. 럭키! Tehran - Esfahan 9500 토만 |
아랍어를 읽을 수는 있어, 사기는 안당할 것 같다. 물론 이란에선 티켓으로 사기치는 사람은 없었다.
처음으로 소문으로만 듣던, 간식박스를 주는 버스를 타고 무사히 이스파한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나오니 버스들이 줄줄이 서있었는데, 사람들에게 아미르카비르 호텔? 하고 물으니 한 아저씨가 거기 안다며, 그 버스는 아직 안왔다며 기다리라고 했다. 버스가 오자 아저씨도 같은 버스를 기다렸는지 타라고 손짓해서 아저씨는 앞으로 나는 뒤로 탔고 (남녀칸 구분) 대신 교통카드도 찍어주셨다. 이란에선 처음보는 교통카드 시스템. 우오오~~ . 계속 두리번거리면서 한참을 간 후에 아저씨가 다음에 내리라는 눈빛(?)을 보내줘서 정확히 호텔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혹 도미에 사람이 다 찼을까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다섯자리 중 세자리나 남아있었다. 뒤따라올 일본인들도 운이 좋다면(?) 체크인 할 수 있을 터였다. 좁아터진 방구석에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는데 뭐.. 싼게 비지떡이지. 짐을 풀고 바로 나섰다.
하이고... 방 꼬라지 좀 보게;;
70000리알. 한국돈으로 7천원 정도.
나는 20000추가해서 아침포함.
Amir Kabir Hotel 5인 도미토리 7000토만 + 아침식사 2000토만
(빵, 잼, 버터, 계란, 샤이, 주스, 가격대비로는 좀 별로...?)
시오세 다리
정말이지 내 발은 주인을 잘못 만나서 어찌나 쓸데없는 고생을 하는지... 아무리 물가가 싼 나라라도 난 여행중에 택시 이용은 잘 하지 않는데다가, 이곳은 교통카드를 사기 아까워 버스도 타지 않다보니 숙소에서 이스파한의 수많은 명물 중 하나라는 시오세 다리까지 걸어갔을때는 이미 지쳐버렸다. 게다가 신발도 어그부츠 아닌가; 세워진지 몇백년이 된 유럽식 다리라고 했는데, 그래서인지 한쪽은 보수공사 중이었고, 다른쪽 강변공원에는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산책하고 있었으며, 갈매기로 추정되는 새들이 눈앞을 휘휘 날라다녔다. 다리 위에는 마치 프라하 까를교마냥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청년들은 "주몽!" "소서노!" 하며 건너는 내내 날 귀찮게 했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다리를 건너 반대편 지구로 향했다.지금 온것만큼 걸어가면 (오 마이 갓), 이곳과는 아주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는 아르메니아 지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gps의 도움을 받아 아르메니아 쿼터에 도착.
겨울이라 해가 일찌기, 그리고 순식간에 저물었다. 지금껏 온길만큼 돌아가야 한다니. 이왕 이렇게 된거 에잇! 돌아갈때도 걸어서 간다!! 그렇게 나는 어둠속을 걷고 길을 잃어 또 걷고 또 걸어 한시간만에 시오세 다리로 돌아왔다. 사람도 없는 길에 계속 유유히 뒤따라오는 사람이 있어, 사람많은 시오세 근처에 다다를때까지 얼마나 맘졸이며 빠르게 걸었는지 모르겠다. 야경사진을 몇 장 찍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수많은 가게들 중에 많은 레스토랑이 눈에 띄였지만 죄다 패스트푸드라 별로 먹고싶지가 않았다. 나 원래 패스트푸드 좋아라하는데, 이렇게 매일 먹다가는 질려서 향후 몇년간 쳐다보기도 싫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가는 길에 일본인 S를 만났다. 뒤늦게 도착했는데 자리가 남아있어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고 했다. 반갑기도 했지만 그 좁은 방을 떠올리며 '얘 코 디지게 고는데...' 하는 걱정도 들었다. 시오세 가는 방향을 알려주고는 계속 숙소를 향해 걷다가, 수퍼에서 물과 간식거리 좀 살까 하는 마음에 좁은 골목에서 길을 꺾어서 마트를 찾는데, 누가 뒤에서 어깨를 덥썩 잡았다. 일본인 S였다. 왜 이렇게 빨리 걸어 없어졌냐며 숨을 돌리더니, 저녁 안먹었으면 같이 먹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 골목골목을 뒤지고 다녔는데 별로 먹을만한게 없었다. 동네 사람한테 물어보면 언제나 똑같은 상황. "이리저리요리해서 가면 음식점이 있어" "거기 뭐파는데?" "햄버거" "햄버거 말고 로컬푸드 없을까?" "음... 없어" 이 서너번 정도 반복되자 로컬 음식점을 찾는건 포기하기로 했다. 하루 종일 먹은거라곤 팔라펠 샌드위치와 간식박스에 들어있던 군것질류가 전부인데다가 또 종일 걸었기 때문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렇게 포기하고 걷고 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온 코푸타집!! 이제와서 비린내나는 양고기라고 가릴쏘냐. 일단 들어가서 물어보니 가격도 괜찮고 (물론 속은거지만) 해서 코푸타와 음료수를 시키고는 허겁지겁 먹었다. 내가 실수로 스프라이트 페트병을 떨어뜨렸다가 집어서 뚜껑을 땄는데, 그자리에서 사방으로 튀었다. 가게주인은 본인 실수인줄 알고 얼른 새것으로 바꿔다주었다;; (죄송했어요;;) 배불리.....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먹고, 먹기전에 부른 가격의 배 이상이나 되는 가격을 기분좋게(?) 지불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일본인 2도 이미 숙소에 돌아와있었고, 또 다른 두개 중 한 침대 역시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밤늦도록 비어 있었다. 앗 남자 네명과 한방에........... 따위는 아돈케어지만 저 중에 제발 코고는 이만 없었으면 좋겠는데. 아 이미 하나 있지. 버스에서 준 간식박스의 남은 과자를 처리하며 이거 버스에서 준거라고 보여주자, 일본인 S와 일본인 2는 자기들이 탄 버스는 간식박스도 없고, 좌석도 더 좁으며 (내가 탄건 1:2, 저들이 탄건 2:2 좌석배치) 요금도 더 비쌌다며 분해했다. "왜 우리랑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어?" 라고 묻는 그들에게 "안물어봤잖아?" 했다. 나도 몰랐어.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고; 아, 그러고보니 오늘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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