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2. 쉬어가는 날
2011년 12월 27일 화요일
지금 생각해도 왜 전날 밤에 떠나지않고 이스파한에 하루 더 묵었는지 모르겠다. 이 날은 정말이지 할일이 없었다. 숙소 리셉션에서 야즈드로 가는 버스 시간을 물으니 9시, 10시, 11시에 출발한다고 했다. 이란의 버스들은 빨리 달리니까 11시꺼 타면 되겠지? 하고 방으로 돌아와 여유롭게 짐을 쌋다. 아침에 일본인 남자가 체크아웃하고 또다른 일본인 여자가 체크인을 했다. 참 많은 일본인. 생김새를 보고 한국사람 아닐까 초콤 기대했었는데 아니었다. 짐을 풀면서 나에게 그 유명하다는 '자쿠로'를 먹어봤냐고 묻는다. "자쿠로? 그게 뭐야?" "자쿠로 몰라? 과일인데..." 하면서 전자사전을 뒤적이더니 혼자 깔깔대며 웃는다. 자기는 자쿠로가 영어인줄 알았다며 한자를 보여준다. 아~ 석류! 테헤란 이후로 이란에서 석류를 먹을 일은 없었지만... 이란의 석류는 정말 맛있었지... (침 주륵)
어쩌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속 같이 다니게된 S군이랑 이스파한 강변에 앉아 커피 마시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보니 현지인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해보고, 바자르 외에 시골 장터 같은 장 구경도 하고... 이게 이 날 한 일의 전부. 저녁엔 비싸보여서 매일 지나만 다니던 레스토랑에서 의외로 비싸지 않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치킨요리였는데 양은 적었지만 간만에 음식다운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는 이맘 광장에 야경을 보러 갔다. 밤에는 사람이 적어서리 더더욱 운치 있어 보였다. 호스텔로 돌아와 바이크로 세계일주 중이라는 독일청년과 오랜만에 독일어 좀 털어주고 10시쯤 되어 호스텔을 나왔다. S군이 바래다 주겠다며 정류장까지 같이 가주었다. 그런데.... 버스가 안온다. 삼십분 동안 유일하게 지나간 한대의 버스는 터미널에 가지 않는다고 했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볼 수도 없어서 그냥 계속 그대로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S군은 택시를 타라고 했지만 노!!!! 십분만 더 기다려도 버스가 안오면 택시를 타겠노라 다짐하고 있는데 마침 구세주가 빛을 타고... 는 아니지만 버스가 나타났다.
11시가 얼마 남지않은 시각 터미널에 도착해서 바로 티켓 창구로 뛰어갔다. 그런데 아즈씨 말이 12시차도 있고 1시차도 있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한시차로 끊었다. 추운 새벽 터미널에서 덜덜 떨기보다는 여기서 버티다가 되도록이면 늦게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멍하니 앉아 론니나 탐독하고 있으려니, 옆에 앉아있던 커플이 말을 걸어왔다. 영어는 거의 못했지만 핸드폰 영어사전을 뒤적이며 대화를 이어가려고 애썼다. 이를테면 너 어디서 왔니? 한번 묻고는 아아~ 하고 또 핸드폰 한 십분 뒤적이고 어디 가니? 하고 또 아아~ 하고 이런 식이었다. 막판에는 좀 귀찮아지긴 했지만, 혼자 앉아있는 것보단 나름 안전하기도 하고 뭐... 그러다 그들이 테헤란행 버스를 타기위해 사라지자, 맞은편에서 우리의 동태를 계속 주시하고 있던 남자가 기회를 포착한듯 말을 걸어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영어가 유창한 사람이었다. 그는 좀더 심도깊은 대화를 하고자 했다. 이란과 이란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미국의 짓꺼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둥. 버스 시간 30분을 남겨두고 화장실에 다녀오기 위해 그만 빠빠이를 하려는데 굳이 자기 사진을 찍으라고 하고, 또 이메일 주소를 달라고 해서... 안줄 수 있나... (그후로 몇번 메일을 주고받긴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란의 뉴스메일을 주기적으로 아니.. 거의 스팸수준으로 보내왔기 때문에 과감히 차단;) 버스에 미리 탑승해서 앉아있는데, 막 떠나려는 버스에서 아까 그 커플들이 팔이 빠지도록 손을 흔들고 있다. 아.. 커플은 아니랬지. 여자애왈, 그냥 대학 친구지만 남자애가 날 좋아하는 듯.. 이라고 했다. 풉! 이제 야즈드로 궈궈.
Story NO.12 3000년의 고도, Yazd
'ⓣravel Diary > ┌11' Ir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란] 14. 여행 12일차 : Yazd (1) | 2013.01.22 |
---|---|
[이란] 13. 여행 11일차 : Yazd (3) | 2013.01.19 |
[이란] 11. 여행 9일차 : Esfahan (0) | 2012.07.02 |
[이란] 10. 여행 8일차 : Esfahan (4) | 2012.06.29 |
[이란] 9. 여행 7일차 : Tehran (0) | 2012.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