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4. 코 묻은 돈 뜯는(?) 여행자
2011년 12월 29일 목요일
야즈드에서
시간 때우기 가격대비 꽤나 괜찮았던 아침식사를 하는 중에 투어를 주관한다던 제대로 느끼하게 생긴 남자가 다가와 아마도 내일은 어떤 커플이 투어를 떠날 것 같다며 자세한 얘기는 저녁때 하자고 했다. 계획했던 것과 달리 하루 더 있게 된 야즈드에서 어제 올드시티는 둘러보았으므로 별로 할일이 없었다. 그래서 10km 정도 외곽에 떨어진, 사람들이 잘 가지 않을 법 하면서도 조금은 흥미가 동하는 Tower of silence (침묵의 탑)에 가보기로 했다. 이곳에 가는 길은.. 여행책자 Lonely의 말 그대로라면 'The easiest way to get here is by chartering a private taxi' 이지만 내가 누구냐. 극한의 상황에 달하지 않는한 택시는 타지 않는다는 스크루지보다 더 독한 여행자. 어디에도 가는 길이 나와있지 않았으므로... 그대로 어떻게든 간다. '다크메' 단어 하나로. 일단 버스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던 어제 그 정류장으로 아무 버스나 타고 가기로 한다. 시간이 일러서 회수권 파는 가판대가 문을 안열어서 정류장의 한 여인에게 그 티켓 어디서 파냐고 물어보니 고개만 절래절래 흔든다. 여기선 못사~ 라고 하는냥. 나는 돈을 불쑥 내밀며 너 티켓이랑 바꾸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녀는 쉽게 오케이했다. 버스가 밀집해 있는 정류장에 내려 '다크메? 다크메?' 하고 허공에 소리치듯 물었다. (참고로 다크메란 침묵의 탑을 뜻하는 Dakhmeh-ye Yartoshtiyun) 사람들이 가르쳐주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또 다른 지역의 정류소 같은 곳에 내렸다. 어리벙벙하며 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버스가 오기는 하나 잘 안다닌다고 했다. (말은 안통해도 어떻게든 의사소통은 된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고 있는데, 똘망똘망하게 생긴,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다가오더니 다크메로 가는 버스는 다른 곳에서 기다려야 될 것 같다며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또 찻길을 따라 걸어 다른 정류장에 도착을 했는데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파티마 (소녀의 이름)는 길가는 사람을 잡고 숄라숄라 묻더니 이내 길가로 나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노 파티마! 노 택시!" (가난한 여행자의 절규) 파티마라는 소녀는 자기 나이 두배는 더 먹는 노녀를 "돈 워리" 하며 진정시키며 무작정 택시를 잡았다. 그곳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라고 하더미 몇분 가지 않아 곧 목적지인 그 탑이 나타났다. 팔자눈썹을 지음과 동시에 얼마냐고 물으며 돈을 꺼내던 내 손을 저지하고는 코묻은돈을 꺼내 택시기사에게 내민다.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으면서도 일단은 그냥 모른척 내린다. |
침묵의 탑
쓰윽 둘러보고 사진 몇방을 찍었을 뿐 별로 탑(처럼 보이는 언덕)에 올라가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이 끝내준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이 곳이 어디인가. 바로 한때 페르시아의 국교이기도 했던 조로아스터교의 '조장터'이다. 그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소름이 돋는가. 조.장.이라니. 더군다나 새라면 끔찍히도 싫어하는 내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 그런 단어다. 조로아스터교에 대해서는 잘 아는바가 없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언뜻 들은 기억이 있고, 불을 신성시하는 종교라던가. 어쨌든 이 종교에서는 죽은 사람을 조장으로 치르는 풍습이 있었다는데, 바로 이 곳이 그런 일들이 행해졌던 곳이라는 거다. 그것도 불과 50년 전까지만해도 말이다. 올라가보기도 싫었거니와 그 아랫쪽에 남아있는 건물들은 신도나 제사장들이 살았던 건물, 혹은 장의 풍습을 치르던 (심지어는 시체를 분해하기도 했던 -ㅠ-) 곳이라 어느 곳 하나 얼씬거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대체 이곳에 왜 왔단 말인가)
딱히 많은 흔적이 남아있지는 않은 곳이라 휘익~ 둘러보고는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택시를 잡기 전에 (다니지도 않았지만) 선수를 쳐서 버스를 타고 가자고 냉큼 말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파티마는 영어 교과서를 꺼내 보여 자랑을 하거나 - 빽빽히 필기된 교과서의 내용은 결코 초급은 아니었는데도 기본적인 대화를 이어가기 힘든 그녀의 영어실력이 아이러니 하기는 했으나- 여느 이란인들처럼 자기가 아는 모든 한국 드라마의 제목을 나열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버스는 한참 후에나 왔다. 미리 사둔 회수권을 내려고 하자 또 내 손을 저지하며 자기 티켓을 내민다. 얘야... 내 차마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진 않지만 내가 니 엄마뻘.. 아니다. (실제로 그녀의 엄마 나이를 물으니 37이라고 했다능....) 처음 파티마와 만난 정류장에 다시 떨어졌다. 그녀는 함께 자기 집으로 가면 가족들이 엄청 기뻐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신세지고 싶지도 않고 해서 다음에 (언제?) 간다고 했다. 파티마는 그럼 자기는 엄마가 걱정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 학교 숙제를 해야 한다며 여기서 빠빠이 해야한다고 했다. 페이스북? 이메일? 핸드폰?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파티마는 자기 집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나중에 야즈드에 오게 된다면 꼭 자기집에 들러줄 것을 당부했다. 고마워 파티마. 너 아니었음 나 오늘 개고생 했겠지. 그리고 미안해. 너의 코 묻은 돈 ㅠ 야즈드에는 침묵의 탑 이외에도 조로아스터교에 관계된 유적지들이 많이 있지만 그냥 패스하기로. 그렇다고 달리 갈 곳도 없고해서 바자르에 들러 먹을 거리나 살까 했더니, 이곳 사람들은 별로 돈에 관심이 없는 건지 그게 아니면 일을 하기 싫을 정도로 게으른 건지 도통 그 큰 바자르가 열질 않는다. 다른 사람에게 듣기로는 낮동안엔 열지 않다가 오후 늦게부터 슬슬 열기 시작한다는데, 나는 이 곳에 머무는 3일 동안 이 바자르가 열려있는 적을 보지 못했다. (...) 그런고로 어제 갔던 샌드위치 집에 가서 적혀있는 메뉴 중에 '스파게티'를 시켰다. 스파게티를 빵에 껴줄 줄은 생각도 못했으므로. 숙소로 돌아오니 다행히도 느끼남이 다가와 일행이 다 모여서 내일 투어를 떠날 수 있다고 했다. 투어비를 선불해야하냐 아님 갔다와서 낼까 하고 물으니 편한대로 하란다. 이런 속편한.. 일단 아무리 사람좋은 이란 사람일지라도 돈문제가 걸리면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슬쩍 떠봤다. "그럼 내가 돈을 지금 낼테니 영수증을 써줄래?" 하니, 영수증 같은 건 없다며 그냥 자기를 믿으란다. 흠... 일단 내키진 않지만 너를 믿어 보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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