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avel Diary /┌11' Iran

[이란] 11. 여행 9일차 : Esfahan


Story 11. 세계의 반 (世界の半)


2011년 12월 26일 월요일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일본인 S가 어디 갈꺼냐고 묻는다. 그 이름도 화려한 'Half of the world'에 갈 거라고 했더니 같이 가자고 한다. 말동무도 하고 보디가드도 시킬겸 그러자고 했다. 론리플래닛 지도 한장 믿고 길을 나섰거만 쉽게 나타나질 않는다. 이란에 입성한지 며칠 지났고 입에 익은 파르시 (페르시아어) 단어를 조합해서 길을 물어본다. 문법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면 현지인들이 매우 좋아하며 완전 숄라숄라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행히도 아저씨는 시크하게 손가락을 들어 방향을 알려준다. 아랍어와 파르시는 아라빅 알파벳을 쓴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문법이나 단어 자체가 아주 달라 나로서는 읽는 거 외에는 별 도움이 안되던 참이다. 겨우 찾은 공용어는 인사인 '쌀람' 뿐이다. 어쨌든 이래나 저래나 해본 파르시가 통하니 왠지 신도 나고, S군도 오오오~ 파르시를 할줄 알아~ 하며 날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과찬이십니다;;





머리가 둥둥..?


 나는 숙소에서 미리 주문한 아침을 먹었지만 부족했고, S군은 내가 남긴 빵쪼가리 하나 주워먹고 나온터라 둘다 배가 고프던 차에 가는 길에 뭐 좀 먹기로 했다. 역시나 패스트푸드점 외에는 찾기 힘들어서 그냥 아무거나 먹기로 했고, 마침 로컬 음식점 하나를 찾아냈다. 내 키 절반쯤은 되어보이는 거대한 솥에 무언가를 펄펄 삶고 있었다.  슬쩍 들여다보니 기름이 둥둥 떠있는 국물이 가득 담겨있는게 냄새도 그렇고 마치 곰국같다. 도대체 무엇을 고은 것일까.

  할아부지가 커다란 국자로 솥을 휘휘젓자... 건데기들이 정체를 드러냈다. 머리들이 둥둥 떠올랐던 것이다. (으악!..........) 그제서야 할아버지 옆 접시에 쌓여있는 양머리뼈들이 눈에 들어왔다. 머릿고기라니. (그러고보니 나 소머리 국밥 좋아하는데...?) 게다가 내 눈앞에 저리 머리들이 떡하니 보이는데! S군은 이미 먹어봤는데 맛있었다며 날 꼬드기기 시작했고, 나는 엄청난 고민끝에 비장한 각오로 먹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국밥을 파는건 아니었고, 건져낸 머리에서 할아버지가 손으로 살점들을 뜯어내어 접시에 담아 빵과 소스(?)를 함께 내주었다. 고기에 소스를 찍어서 빵에 싸먹는데 제법 곰국향이 나면서 맛이 있었다. 맛은 있는데... 머리들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려서 두번은 못먹겠다고 생각했다; 워낙 형태가 눈에 보이는 음식들은 못먹는지라... (ex : 족발, 머리 붙어있는 생선구이, 닭발 등)



세계의 절반

 

이것은 퍼온 사진 입니다~


너무도 맛있어보이는 케익집에서 산 빵하나를 입에 물고 이맘 광장에 도착했다. 천안문 광장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광장이라던가. 화려한 게이트들, 모스크, 궁전, 상점 등에 둘러쌓여 있고, 또 옛날 세계 각 나라 무역상들로 분주했던 곳이라 세계의 절반이 이곳에 모여있다고 하여 세계의 반이라고 불린다고 하였다. 기대했던 별칭에 비할 만큼은 아니라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이맘 모스크를 중심으로 카페나 기념품점들이 줄지어있고, 양쪽으로 난 게이트를 지나가면 또다른 수크로 이어져 있는, 하나의 거대한 길드 같은 느낌이랄까...? 또 신기한건 다수의 상점주인들이 유창한 일본어를 할 줄 알았다. S군과의 유창한 일본어 대화를 엿들으면서 괜한 심통x심통! 하기사 내가 지난 며칠간 지나친 일본인 여행자만도 수십명이었는데, 그에 반해 아직 한국인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어디 가야 있는 겁니까아~


 해가 중천이라 이맘 모스크에 역광이 들었기 때문에 왼쪽에 있는 로폴라 모스크에 먼저 갔다오기로 했다. 이맘 모스크에 비해 그 크기는 현저히 작지만, 잘 보존된 타일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한데다가 입장료는 고작 200-300원이니까. S군은 계속 감탄 남발. 멋있긴 한데 난 역시 감정을 잃었나.






 다시 한번 이맘 광장을 둘러보고



알리 카푸 궁전


 이번엔 이맘 모스크로. 아쉽게도 공사중이어서 철골 구조물들이 매우 거슬렸다는. 하지만 한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며 구석구석 살폈다. 세상에서 젤 아름다운 모스크라고도 하고, 내 지금껏 수많은 모스크들을 가봤지만 아직까지는 다마스커스의 우마야드 모스크가 제일이었고. 카사블랑카의 하산 2세 모스크 다음으로 3-4위 정도는 쳐줄 수 있을듯. 미안.






 이스파한 북쪽 끝에 위치한 또 다른 모스크, 무료.





Host vs Guest


 넓디 넓은 바자르를 돌아보고 또다른 모스크 하나를 돌아보고 오는 길에 저녁 대용으로 뭔가를 샀다. 그 뭔가란 스프인지 죽인지 정체를 알수없는 놈이었는데, 약간 카레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역시나 큰 솥에나 끓이고 있었는데, "한입만 먹어보면 안돼?" 하니까 일회용 스푼으로 퍼서 맛을 보게 해줬다. 역시나 뒤끝이 약간 카레맛이 났는데 정확한 재료는 모르겠다. 그냥 사서 가는 길에 빵을 사서 찍어먹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갓 구워낸 커다란 걸레빵을 팔고 있어서 기웃기웃 거리고 있으려니, 한 아저씨가 양손에 걸레빵을 한아름 안고 가다가 선뜻 하나를 주셨다. 막 구운 빵이라 뜨끈뜨끈하니 너무 맛있어서 우리고 몇장 구입했다. 그러나........... 걸어가다가 다 먹었다; 딱히 무슨 '맛'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입으로 계속 빨려들어가서 그만...; 그래서 다른 가게에서 빵을 또 샀다. 또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있는 가게 앞에 한 아이가 퍼먹고 있는 쌀푸딩 비슷한 걸 발견하고는 아이 엄마한테 "이거 뭐에요?" 하고 물으니, 아이 엄마는 아이를 나에게 팽겨쳐두고 그 전쟁터 무리 속으로 사라지더니 새 푸딩을 들고 나타나서는 냅다 건내줬다. 이.. 이러실 것 까지는...;; 맛을 보니 그 시리아에서 맛본, 그리고 인도네시아 친구가 집에서 만들어주던 그 쌀푸딩 맛...인데 너무 달아 >_<;;

 그렇게 계속 걸어가고 있는데, 신호등에서 마주친 왠 청년 둘이 말을 걸어왔다. 에스파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대학생이라고 했다. 유창하진 않았지만 한 청년은 계속 머릿속에서 아는 영어를 끄집어내려 노력했고, 다른 한명은 아예 못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까지 적어주고 헤어졌는데, 곧 다시 나타났다. 우리는 자기 나라에 놀러온 Guest고 자기들은 Host기 때문에 그냥 보내줄 수가 없다는 거다. 그들은 다른데서 맛보기 힘들다는 '이란 명물 아이스크림'으로 우릴 꼬드겼고, 나는 피곤해서 시큰둥했지만 S군은 꼭 먹어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결국 따라 나서기로 했다. 원래 그 아이스크림을 파는 집이 문을 닫았는지,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에서 넷이 멍- 하니 서있다가 이내 물어물어 다른 가게를 찾았다.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생과일 주스, 콘샐러드를 시켜주고는 맘껏 먹으라고 했다. 나 또 감동 받아도 되니....? (감정을 잃은 건 아닌가보다;) S군에게 대화를 전담시키고 나는 먹는데만 집중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자는 눈치를 줬고 S군은 "울 와이프가 넘 피곤하대. 돌아가야겠다." 했다. 그렇다. 와이프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추근거리지 않았기 때문에 난 오늘 하루종일 그의 와이프였다. 그들이 나는 한국인이고 그는 일본인인데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해하는 통에 S군은 있지도 않는 러브스토리를 태연하게 지어내기도 했다. 하물며 남편이 말 안들을때 누르라고 급소까지 알려줬다는; 어쨌든 그렇게 그들은 우리를 숙소 문앞까지 데려다줬고, 같이 사진찍고, 또 메일주소 교환하고... 그렇게 나는 공교롭게도 그때 그 영어 못하던 친구와 지금껏 연락하는 사이가 됐고, 그는 아직도 내가 S군 와이프인줄 알고 그의 안부를 물어온다. 아놔... 진실을 고백해야하는데;;

그 명물이라던 아이스크림. 딱히 왜 명물인지는 잘......?


온갖 잡소스를 다 넣어 만든 콘샐러드. 이란에선 인기간식인듯 했지만, 나는 한두입 밖엔 못먹겠더라는;

Story NO.11 Esfa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