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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1' Iran

[이란] 13. 여행 11일차 : Yazd


Story 13. 내 얼굴에 무슨 일이!


2011년 12월 28일 수요일

버스찾아삼만리


 이란에서 야간버스를 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곳의 버스는 그리 빨리 달리지도 않는데도 항상 예정시각보다 일찍 도착한다. 쨌든 그런고로 깜깜한 새벽에 야즈드에 도착하게 된 나는 터미널 안 의자에 자리를 잡고 날이 밝을때까지 좀 눈을 붙이다가 밖으로 나왔다. 분명 시내로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을 법도 한데, 황량하기 그지없는 터미널 근처에는 정류장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길을 물어볼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무작정 시내일 것으로 추측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그때 한 오토바이를 탄 사내가 "하이!" 하고 지나갔다. 한참 걷는데 또 다시 뒷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보니 같은 남자가 또 하이 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참 웃기고도 할일 없는 사람일세.. 하고 무시하고 계속 걸어갔다. 그렇게 그 사람이 대략 한 열번 정도 그러고 나타나자 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황량한 흙밭을 가로지르고 있던 나는 문닫힌 상점들과 집쪽으로 최대한 붙어서 걷다가 누군가를 발견했다. 시내에서 가장 큰 광장을 지도에서 찍어 보여주며 물어봐도 기분나쁜 음흉한 미소만 지을뿐 말이 안통한다. 곧이어 나타난 조금 젊어보이는 사내에게 똑같이 물어봤지만 반응은 같다. 겨우 버스라는 단어를 알아들은 그들이 큰 길가를 가리킨다. 물론 정류장이 어디냐는 물음은 알아듣지 못했다.


 큰 길가를 따라 쭉 걷다보니 허접하게 서있는 버스그림표지판이 보인다. 여기가 맞는걸까, 버스가 다니긴 하는걸까 하고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여인들이 나타났고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아무거나 처음 온 버스를 잡아탔다. (모두 그 버스에 올랐으므로) 슬쩍 곁눈질로 보니 이곳은 회수권같이 생긴 표를 미리 사야하나보다. 너무 일찍이라 살 곳도 없고, 하는 수 없이 아저씨에게 돈을 내밀었더니 그냥 타라신다. (이란의 시내버스 기사들은 다 ♡.♡) 그렇게 버스는 종점인듯한 곳에 도착했다. 버스와 사람이 무수히 몰려있는 가운데 버스에서 내린 내가 멀뚱멀뚱 주위만 두리번거리고 있자 기사 아저씨가 따라오라면서 무슨 건물 창구로 데려가서는 회수권 구입을 도와주시고, 몇번 버스를 타라고까지 알려주셨다. 그렇게 무사히 버스 탑승까진 했는데, 이거 뭐 안내방송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척 보면 아는 동네도 아니고 어디서 내려야할지 막막한 가운데.... 그렇다. GPS의 힘이여 솟아라!!! 구글 지도를 켜놓고 근처를 지나갈때 내리면 되는 것이다. 이 편리한 세상. 옛날엔 대체 어떻게 여행다녔나 몰라. 그렇게 무사히 목적지에 내려서 버스를 한번 더 갈아타야 했지만, 숙소까지 그닥 멀지 않아보여 슬슬 걸어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우리네 강냉이랑 똑같이 생긴게 있어서 한봉지 사고.


Yazd 버스 터미널



실크로드 호텔을 찾고 싶다면 이 시계탑을 기억하기!

내.. 얼굴이!


 실크로드 호텔과 비슷한 요금에 조금더 낫다는 다른 호텔 사이에서 약간 고민했었는데, 비교적 찾기 쉬운 실크로드로 정했다. 들어가면 있는 마당은 레스토랑 겸 카페로 쓰이고 있었고 그 주위로 방들이 있는 형태이다. 도미토리에서 화장실이 쪼금 거리가 있는 것 빼고는 괜찮은 곳. 일단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니 마치 수용소처럼 빽빽한 이층침대도 그렇고 반지하라서 햇볕이 많이 들지 않아 좀 칙칙한 기분이 든다. 아침 일찍인데도 짐들만 널부려져 있을뿐,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충 남은 침대에 자리를 잡고 그대로 뻗었다. 나이가 드니 구경보다 체력안배가 우선이다.


 아주 잠깐 자고 일어났는데.. 내 얼굴에서 느껴지는 기분이 이상하다. 눈주위가 마구 따갑고, 마치 세수 후 아무것도 바르지 않는 상태의 열배쯤은 땡기면서 얼굴 근육이 멋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거울을 꺼내 얼굴을 들여다 본 순간... 헉! 누구세요???! 눈을 뺀 눈 주위가 빨갛게 팅팅 부어올라있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와중에도 인증샷을 찍어 엄마한테 보내며 "엄마, 내 얼굴이 이상해 ㅠ" 하니,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왜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냐며 병원에 가보란다. 부어오른 부위가 너무 땡겼기 때문에 일단 크림을 듬뿍 발라놓고, 원인이 뭘까에 대해 생각했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설마 저 강냉이....? 딱히 다른 혐의점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강냉이.. 보다는 과자 '뻥이요'의 맛에 가까운 그 용의자를 과감히 쓰레기통으로 처단했다. 그리고는 썬글라스를 꺼내 부은 부위를 감추고 바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구경하러 나갔다;;

 

그 의문의 강냉이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야즈드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고도(古都)라고 했다. 그 역사가 자그마치 3000년이라고 하던가. 흙으로 지어진 집들이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고, 책에서만 봤던 조로아스터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그런것치고는 여행자가 많지 않은 조용한 곳이었달까. 미로까지는 아니더라도 길이 상당히 여러 방향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정처없이 걸었다. 사람이 너무 없어서 조금 겁이 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분위기있기도 했다.



 뭔가 대단한게 나올줄 알았더니 별건 없구만? 하는 생각을 남긴채 뭔가 먹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녀봐...봐야 이 동네건 저 동네건 이란에서 먹을거라곤 패스트푸드 뿐이다. 그 패스트푸드점 마저 이 동네엔 많지 않다는게 문제. 대신 과일가게는 많이 보였고, 또 큰 시장이 근처에 있었..으나 오늘은 문을 열지 않았다. 대체 일은 언제 하는 거야?


야즈드에 있던 3일 동안 매일 한번씩은 갔던 집. 나름 깔끔하기도 했고, 이왕 먹을게 패스트푸드 뿐이라면 종류라도 다르게 먹자는 생각에;


 도미토리룸이 반지하라 와이파이 상태가 왔다갔다해서 마당에 나와서 인터넷을 하고 있는데, 한 테이블에서 생일파티를 하는지 노래를 하고 박수를 치고 하더니, 거기 있는 손님들에게 케익을 한조각씩 돌렸다. 앗 왠 떡이냐! 보기엔 맛없어 보였는데 의외로 맛있어서 다 먹은 후에도 한참 포크를 빨고 있었다는;;; 그나저나 야즈드 외곽 메이보드, 착착 등에 가보려면 투어를 해야만 했는데, (꼭 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이동이랑 여러가지를 따져봤을때 저렴하므로) 투어를 주관한다는 사람에게 가서 물으니 내일은 일행이 없고, 모레는 있을지없을지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만약 혼자 가게 되면 그 비용을 내가 다 물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까지 갈 생각은 없었고, 일단은 하루 정도 기다려보기로 했다.



Story NO.14 Yaz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