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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1' Iran

[이란] 7. 여행 5일차 : Rasht & Anzali

Story 7.  카스피해(海)에 실망하다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Rasht

 이란의 버스들은 정말 빨리 달린다. 아니, 빨리 달린다는 느낌은 없는데 '항상' 예정시간보다 일찍 도착한다. 그런고로 난 야간버스를 탈때마다 새벽에 떨어지는 약간의 피해(?)를 감수해야 했고, 이 날이 그 첫번째 날이었다. 7시쯤 도착한다던 버스는 새벽 다섯시반에 라쉬트에 도착했다. 자다 일어나서 비몽사몽간에 시계를 보고는 중간기점인가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이미 거의 다 내리고 없었다. 버스에 택시기사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택시? 택시?" 하고 외쳤지만 다 무시하고 얼른 짐을 찾아 조그마한 터미널로 들어갔다. 관리인인 듯한 할부지께 시내로 가는 버스에 대해 물으려고 하는데 도통 한마디도 못알아 들으신다. 할부지는 다른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들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다. 여행으로 단련된 댄스.. 아니 바디 랭귀지로 욜쒸미 설명한 끝에 겨우 버스는 7시부터 다닌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휴. 멍때리며 앉아있는 동안, 그 새벽에도 귀찮게 구는 족속들이 좀 있었다. 영어라도 할줄 알면 심심한데 상대나 해주겠는데, 못 알아듣는 파르시만 계속해서 숄라숄라대니 반 잠결에 짜증만 났다.

 정확히 7시가 되어 시내버스 정류장 (터미널에서 대각선 오른쪽 방향으로 3분 정도 걸으면 나옴)으로 가니 바로 버스가 왔다. 숙소가 있는 이맘 호메이니 거리. 무슨 거리가 그리고 긴지. 버스가 가도가도 똑같은 거리이기에 그냥 중간에 내려버렸다. 슬슬 걸어가면서 찾을 생각이었고, 한~참을 더 걸어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문이 잠겨있어서 철컹철컹 소리나게 문을 흔들어보았더니 코딱지만한 리셉션 옆에서 자고 있던 매니저가 부스스 나타나 문을 열어준다. 나름 라쉬트의 추천숙소인데 비해 언뜻 본 시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문제는 어젯밤 방은 full이었고, 아직 이른시각이라 체크아웃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10시쯤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야간버스의 피곤에 쩔어서 씻고 좀 자고 나서 돌아다니려고 계획했는데 쉴 수 없다고 하니 짜증이 좀 나긴 했지만 뭐 별 수 있으랴.

 아침도 먹고 시간도 때울겸 슬슬 걸으며 혹시라도 문 연 곳이 있을까 두리번 거려봤지만 Nothing. 매니저 말에 의하면 9시는 되야 '몇몇' 상점이 열거라고 했지만 아직 한시간도 더 남았다. 결국 다시 호텔로 돌아가 호텔 1층의 유일하게 문을 연 레스토랑으로 갔다. 뭔가 맛난걸 주문해볼까 했는데, 아침 메뉴는 그냥 빵+차+잼이 전부란다. 커피 없냐고 땡깡(?)을 부려봤지만 난감한 표정만 지을뿐. 그렇게 심플한 아침을 '깨작깨작' 먹고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멍때리고 있는데, 마침 호텔 매니저가 내려와서는, 한 손님이 체크아웃했고 지금 청소중이라며 바로 체크인해도 된단다. 앗싸.


 체크인 하자마자 좀 쉬... 려고 하다가 완전 곯아떨어져버렸다. 슬프고도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지만 한살한살 나이먹을때마다 느껴지는 급격한 체력차이;; 어릴(?)때는 야간버스 하루이틀 타는 것엔 끄떡도 없었는데, 이젠 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ㅠ.ㅠ 흙흙... 일어나보니 어느덧 점심때. 나가려고 준비를 하다가 일어난 작은 에피소드. 이란 (특히 북부)의 호텔들은 대체로 샤워요금을 따로 받았다. 난 그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가 아랍식 변기의 냄새와 불편함 때문에 꺼려하던 차에 열려있는 샤워실 문을 빼꼼하고 들여다보았는데 오옷! 좌변기가 있다! 그래서 슬쩍 샤워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大볼일을 보고 있었는데... 밖에서 누가 오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누가 문고리를 잡고 확 돌렸는데 그대로 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샤워실을 청소하러 온 직원이었다. 초민망. 그나마 다행인건 샤워커튼 때문에 몸 절반이 가려져 있었던 것 정도. 직원도 당황했는지 얼른 돌아나갔고 난 얼른 나가려... 는데 물이 안내려간다. 낭패. -ㅁ-;; 별수 없이 그냥 나가니 직원이 어디간지 안보여서 얼른 방으로 도주했다. 그리고 외출하려고 나가는데 샤워실 앞에 아까 그 직원과 매니저가 서있다. 아마도 그사이 직원이 나의 만행(?)을 꼰지른걸까. 다행히 그 문제는 아니었고, 나를 샤워실에서 발견한 직원이 내가 몰래 샤워를 한 줄 알고 매니저에게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매니저가 와서 "너 샤워했어?" 하고 묻길래 "안했는데? 나 샤워 저녁에 할껀데?" 했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그런 상황...? 풉;;

Caravan Hotel. 매니저 王친절!



Savaris와 Taxi가 몰려있는 안잘리의 메인 로터리.

 매니저에게 Bandar e-Anzali로 가는 합승택시인 Savari (사와리)를 어디서 타는지 물어봤다. 사실 위치는 대충 알고 있었는데, 대체 Savari가 어떻게 생긴건지 몰라서 확인차 물어본 것인데, 매니저가 뭔가 설명을 하다가는 이내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따라오라고 했다. 매니저를 따라 길을 건너고 건너니 승용차 몇대가 서 있는 곳에 도착했고, 사람들에게 묻더니 차 한대에 타라고 했다. 이거 그냥 개인택시 아닌가...? 이게 Savari가 맞냐고 물어보니 맞단다. 명당자리인 조수석에 앉아 사람이 차길 기다리는데, 울 호텔 매니저도 기사를 도와 사람들을 호객하고 계시다. 아.. 이 이란인들의 '과도한' 친절!! 감동적이야 ㅠ.ㅠ....
  15분 정도 기다리니 사람이 금방 차서 출발. 우리나라 총알택시처럼 험하게 달리는 기사님 덕에 롤러코스터를 경험하면서 안잘리에 도착했다. 갠적으로 바다를 좋아하진 않지만서도 말로만 듣던 '카스피해'를 함 보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그런데.... 두둥!!! 동네가 이렇게 조용할 수가 있나. 가게 문들도 다 닫혀있고, 사람들도 별로 없고... 점심때가 지나서 무쟈게 배가 고팠으므로 끼니도 해결해야 했는데 식당들도 전멸. 마치... 모로코에서 라마단 기간에 굶어죽을뻔 했던 그 때가 떠오르는 그런 상황. 생각해보니 목요일 오후다. 이란은 금요일이 주일이기 때문에 목요일 오후부터 가게문을 닫는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듯 하다. 하아......  뭐 어쨌거나 원래 목적인 바다는 봐야겠기에 일단 멀리 보이는 등대쪽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 카스피해는... 뭐지 이건.....







 '고작' 요걸 보겠다고 여기까지 온건가 싶고. 배고파서 짜증도 나고. 결국 한바퀴 휘이~ 돌아보고는 라쉬트로 돌아가기로 한다. 아까 타고 온 Savari는 날 길거리에 내려줬기 때문에 어디서 타야할지 몰라서 택시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가서 Savari 어딨냐고 물으니, 못알아듣고는 계속 이거 타면 간다고 택시에 태우려고 했다. "아니 아니, Savari 말이야!! 노 택시!!" 하니, "이거 노 택시라니까~" 한다. 노란색 차에 택시라고 떡하니 써있는데 날 바보로 아는건가. 그냥 무시하고 다시 Savari를 찾아 헤메이다가 문을 연 빵집 하나를 발견했다. 빵집이라 하기에는... 한종류의 빵 아니, 도넛만 계속해서 구워내고 있었다. 역시 말이 안통해서 어케어케 달라고 말은 했는데, 봉지에다가 한 바께쓰를 쓸어담고 있다. "노노노노노!" 다급히 소리치고는 나 혼자 먹을꺼라고 손짓말짓 해서 덜고 덜고 또 덜어서 결국 1000토만 어치를 샀다. 금방 구워서 설탕에 막 버무려서 내준거라 나름 괜찮았는데 두세개 먹으니 금방 질리는 그런 맛이었다;; 뭐 굶어죽을 지경인데 뭐라도 쑤셔 넣어야지. 췟. 그렇게 다시 로터리 쪽으로 걸어가다가 아무에게 Savari 정류장을 물으니 아까 그 택시 스탠드 쪽을 가리킨다. 잘 보니 택시 스탠드 옆쪽에 승용차 두어대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이 모일때까지 어언 30분 정도 기다리다가 겨우 막 출발하려는 찰나!! 차에 시동이 안걸리는 것이 아닌가. 본네트를 열어놓고 있으니 오지랖 넓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는 고장난 차 구경을 하는지, 혼자 쏘다니는 동양인 여자애를 구경하는지 하튼 또 한참을 씨름하다가 겨우 출발.

 


 깜깜해진 저녁에 다시 돌아온 라쉬트. 어제 충전한 폰카드 2000토만을 하루만에 다 써버렸기 때문에 충전카드를 사러 돌아다녔다. 그 흔하던 MTN 마크가 오늘은 왜 이리 안보이는지. 그러다 우연히 울 호텔 매니저를 만났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카드파는 가게에도 델따주고, 저녁먹을 곳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패스트푸드점으로 델꼬가서 주문까지 친히 다 해줬다. 진짜진짜 좋은 분. 헤헷~ 내일은 아침일찍 Masuleh를 갔다올 예정이라 일찍 취침!!

 



Caravan Hotel (간판에 써있는 스펠링은 약간 다름) 트윈룸 12000T, 샤워 1000T
Rasht - Bandare Anzali (Savari 편도 1500T. 정가인듯)

Story NO.8 이란의 수도, 테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