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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1' Iran

[이란] 5. 여행 3일차 : Tabriz

Story 5. 이란 입성, 그리고....


2011일 12월 20일 화요일
국경에서
타브리즈 가기

 이란 국경에서 다른 이란 도시로 가기 가장 쉬운 타브리즈로 가는 가장 쉬운 방법을 역시 택시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가고 싶다면 Bazargan에서 Maku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 후에 Tabriz까지 버스를 타면 된다. 나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저렴한 후자의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국경에서 바자르간까지는 미니버스가 운행되고 있었고, 환율이 안좋지만 일단 국경에서 타브리즈까지 갈 차비 정도는 환전을 해야했다. 환전상들이 몰려들었지만 구석에 있는 은행에 가보았는데 환율이 미리 들은 환전소 정보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았다. 1유로에 14300리알. 얼마전에 이란의 가장 큰 은행 은행장이 몇백억불인가를 횡령하고 해외로 날라서 실제로 리알의 가치는 바닥에 떨어졌기 때문에 여행자에게는 땡잡은 시즌이라고 했다. 게다가 미국의 경제압박까지 겹쳐서 이란으로서는 안된 얘기지만 나로선 땡큐;; 어쨌든 그래서 현재 환율은 18000리알대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은행 환율은 14000원대지만) 환전상 한명을 잡고 물어보니 15000리알에 해주겠다고 해서 일단 필요한 만큼 20유로만 환전을 했다. 그리고 바로 막 떠나고 있는 바자르간행 미니버스를 달려가서 잡아탔다.

 한 청년이 말을 걸어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너희 프레지던트가 죽었다며?" 하는 소리에 뭔소린가 해서 "누가 그래?" 하고 물어보니 뉴스에서 봤단다.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이름이 Kim... 일...." 그렇게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단호하게 "그거 우리나라 아니거든!" 하고 말해주었다. 미니버스는 금세 바자르간에 도착했다. 청년이 내리면서 200토만 (2000리알이지만 화폐 이름은 0 하나를 뺀 토만, 혹은 호메이니로 사용)이라고 얘기해줬는데, 기사님은 300토만 받아드셨다. -_-^ 미니버스는 택시들이 우르르 서있는 곳에 사람들을 떨궈줬는데, 사람들은 그냥 제길따라 사라졌고 나와 청년만 남았다. 마침 그도 타브리즈로 갈 참이었다. 그가 다른 택시기사랑 흥정을 하고 있는 동안, 나도 내게 접근한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택시비를 흥정하기 시작했다. 마쿠까지 4000토만이라고 했다. 너무 비싸다고 하자, 넷이 타면 1000토만씩인데, 난 혼자니 네명분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40분거리에 그 정도면 저렴한 편이었지만 왠지 억울하게 4인분을 내야 한다는게 맘에 안들었다. 하지만 안탈수도 없는 노릇이고. 체념하고 트렁크에 짐을 실으려는데 그 청년이 오더니 타브리즈까지 두당 10달러씩으로 요금 흥정을 했다며 같이 타고 가잔다. 타브리즈까지는 무려 네시간 거리인데 10달러면 완전 쌩유!! 게다가 마쿠에는 저녁에 버스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달러가 없었기 때문에 좀 손해지만 10유로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탔다. 기사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했기 때문에 운전하게 냅두고, 터키에서 공부하고 있는 이란인 모하메드라고 밝힌 그 청년과 수다를 떨면서, 또 잠깐씩 자면서 이동했기 때문에 심심하진 않았다.

 속으로는 '그래도 택시인데, 목적지 앞에 내려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택시타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택시는 시내에서 좀 떨어진 택시터미널(?)에 우릴 떨궈주었다. 나는 모하메드에게 10유로를 주었고, 모하메드는 이란돈으로 택시기사에게 지불했는데, 환율상 얼마를 더주니 덜주니 하며 둘이 잠시 투닥거렸다. 그리고 난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그곳이 어디인지 파악해야만 했는데, 모하메드가 여자친구가 차로 델러 오기로 했으니 시내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했다. 의심x2.
모하메드, 릴리
그리고 호셋

 곧 여자친구가 델러왔고, 난 의심(?)은 좀 되었지만 일단 탔다. 아주 예쁘게 생긴 릴리라는 아가씨였다. 그들은 잠시 대화를 나누더니, 집에 가서 모하메드의 동생을 픽업해서 저녁먹으러 갈 꺼라고 했다. 저녁먹으러 갈래? 도 아니고 무작정 간다니. 피곤해 죽겠는데! 게다가 집에 가는 길은 외곽으로 꽤나 멀어서 계속되는 의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의심이란... 분명 이렇게 끌고다닌 후에 차비 명목으로 돈을 갈취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쨌든 한참이 지나서야 모하메드의 동생 호셋을 픽업했다 . 자기들은 영어를 잘 못하지만 동생이 잘하니 대화가 잘 통할 거라고 하더니, 기껏해야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앳된 아이였다. 확실히 그들보다는 영어실력이 나았지만 썩 잘한다고는 할 수 없는... 어쨌든 이 일당(?)들은 피자집에 갈꺼라며, 역시 나의 의사도 묻지 않은채 바로 피자집으로 직행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패밀리 레스토랑만한 규모의 대형 패스트푸드 점이었다. 차에서 내릴때도 난 계속 '차비 대신 얘들이 먹은 걸 내가 계산해야할까' 라는 생각 뿐이었다. 들어가서 자리를 잡은 후 각자 먹을 것을 결정하고는 릴리가 신용카드를 꺼내 계산하러 갔다. (능력있는 여친이구만) 나도 지갑을 꺼내들고 "나는 얼마 내면 돼?" 하고 물으니, "넌 우리의 게스트니까 안내도 돼." 한다. 응? 이거 예상과는 다른 스토리 진행인걸...?

 이란의 대표음식이 패스트푸드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주로 외식은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란다. 미국을 그렇게 싫어하면서 정크푸드가 대표음식이라니. 게다가 그들은 내가 샌드위치의 반도 먹기 전에 이미 음료수까지 싹싹 비운 상태였다. 나는 빨리 먹으려고 애썼고, 그들은 빨리 먹는 것도 자기들 식문화의 일부분이라며 천천히 먹을 것을 권했지만 그게 또 분위기상 그렇게 되나. 걔들은 다 먹고 막 떠날 분위기던데;; 어쨌든 그곳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눴고, 쉽게 그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의심해서 미안해 ㅠ.ㅠ...

 그렇게 저녁을 먹고나서, 그들은 날 호텔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미리 찜해둔 건 Mashhad Hotel이었다. 매니저가 불친절하다며 평이 썩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아무데나 저렴한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가이드북을 갖고 있었지만 길을 찾지못해 그들이 호텔에 전화까지해서 호텔 앞에 딱~ 세워주었다. 거기서 릴리와는 작별인사를 하고, 모하메드와 호셋은 내가 외국인이라고 바가지 씌울 수도 있으니 호텔까지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방을 확인한 후에야 돌아갔다. 너희들 이렇게 친절해도 되는거니. 이란 입성 첫날부터 감동의 눈물이 주룩주룩...


Mashhad Hotel

15000토만이나 한다는 말에 화들짝 놀랐다. 10000토만 정도 예상하고 왔는데. 그렇다고 애들이 델따 줬는데 딴데 간다 할 수도 없고, 밤도 늦었고 해서 눈믈을 머금고 그냥 묵기로 했다. 원래 싱글룸이 없는건지, 싱글룸이 없어서 트윈룸을 준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짐을 풀었다. 역시 기름나는 나라라서 그런지 난방은 무쟈게 빵빵했다. 샤워비는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란의 많은 숙소가 따로 받음), 대신 샤워를 하려면 리셉션에서 샤워실 키를 받아야 했다. 일단 씻고 그대로 기절. 내일부턴 본격적인 험난한 여정 in 이란.
국경~Bazargan 미니버스 (3분쯤 소요) 300T
Bazargan~Tabriz 택시 (3~4시간 소요) 10유로
Mashhad Hotel 15000T (어두워서 몰랐는데 근처에 호텔이 많으므로 다른 데도 가볼것)

* 차비, 숙박비를 제외한 지출내역은 데이터가 몽땅 날라간 관계로 패스.

Story NO.5 Tabriz, 이란인들의 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