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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1' Iran

[이란] 6. 여행 4일차 : Tabriz

Story 6.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사람들


2011년 12월 21일 수요일

Bazaar 입구.. 中 하나. 입구가 수십개인데다가 거의 미로 수준이다.

의도치않은 Bazaar

 오늘은 일찍 일어나 이란의 작은 카파도키아라는 Kandovan (칸도완. 이란에서 v는 w처럼 발음)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늦잠을 잤다. 눈떠보니 이미 9시였고, 대부분의 시골마을들은 대중교통편이 거의 없다시피해 아침 일~찍이 아니면 가는 것 (혹은 오는  차편을 구하는게)은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택시를 타면 간단한 일이나 내 사전에 택시이용이란, 정 택시 밖에 방법이 없거나, 혹은 더이상 걸을 수 없다 싶을때 쓰는 마지막 수단 쯤이다. 10시까지 꼼지락거리다가 체크아웃하고 프론트에 짐을 맡겼다. 달리 맡아둔다기보다는 그냥 놔둔다는게 맞는듯. 내 배낭은 그저 먼지 가득한 구석탱이에 쳐박혔다.

 그 유명(?)하다는 바자르 안을 어슬렁거렸다. 이란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바자르라는데 대체 뭐가 특별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남대문 시장 같은데. 하지만 다른 바자르는 들어와서 보고 가라고 흐미들 귀찮게 구는데, 이곳에선 단 한명도 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아서 딱 고것만 좋았다. 페르시아어를 알지 않고서는 길을 잃기 딱 좋은 곳이라 (방향표시가 되어 있으나 파르시) 길을 잃고 한시간 반 여를 떠돌았다. 




 심카드를 구입하러 돌아다니다 잠깐 도움을 받은 아저씨가 꼭 가보라던 Tourist Office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마도 한국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그것까진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도나 하나 얻어볼까 하며 들렀는데, 들어가자마자 차 대접 받고, 또 예상치 않은 많은 정보를 얻었다. 그곳의 방명록의 한국인들도 하나같이 그렇게 써놓았지만, 나세르 칸 씨는 정말 friendly 하고도 helpful한 사람이었다. 버스 예약이나 환전도 수수료 없이 가능했다. 현재 은행환율이 1유로에 14000리알대라 15000리알에 환전한 국경에서 조금 더 환전했어야 하나 하고 후회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선 무려 19000리알을 쳐줬다. 그래서 여기서 3주치 여행비용을 냉콤 환전했다. (요즘 이란정세가 말이 아니니만큼 환율은 하루에도 몇번씩 오르내리고 있었다.)


 Rasht로 갈지 Tehran으로 갈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칸씨의 조언에 따라 Rasht로 가기로 했다. 티켓은 여자 혼자라면 자리가 없어서 못 탈 일은 없을거라고 해서 터미널로 직접 가서 사기로 했다. 버스시간인 밤 10시까지 딱히 할일이 없어, '그나마' 타브리즈의 볼거리라는 곳을 몇군데 들러보기로 했다. 그래서 간 곳은 블루 모스크. 배가 고팠기 때문에 모스크에 들어가기 전, 근처에 있는 깔끔한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들어가서 치킨 샌드위치와 콜라를 시켰다. 서빙하는 청년도 흘끔흘끔, 키친에서 요리하던 청년들도 나와서 한번씩 보고 들어가고. 자기네들끼리 수군거리다가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어디선가 태극기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놓아준다. (!!) 그리고 손님들이 올때마다 "얘는 한국에서 왔대" 하고 쓸데없는 소개를 시켜주고;; 그리고 이란에서 완전 열풍이었다는 그 주몽 얘기. 직원 하나는 LG로고와 송일국 사진이 떡하니 박힌 컵하나릉 들고 와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하하;;




크기도 맛도 만족~ 가격은 치킨의 경우 2500~3000토만 선.




블루모스크 &
아제르바이젠 박물관


 다 먹고 블루 모스크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다기 거기 서있던 커플에게 "여기 블루 모스크 맞아?"하고 물어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욜쒸미 스케치를 하고 있던 그 커플은 내 눈치를 슬슬보며 블루 모스크 쪽으로 슬슬 따라오다가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급 친한척 다가왔다. 내 이름을 말해주 니 그 자리에서 한글로 적어 맞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물론 틀리게 쓰긴 했어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단다. 주몽과 송일국 그리고 한국을 사랑한단다. 난 주몽을 보지도 않았지만 송일국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지라 "하지만 그는 너무 늙었어;; 니 남친이 훨 낫다" 라고 말해주었다. 블루 모스크 앞에서 입구 사진을 찍고 있는데 먼저 들어가려던 그들이 손짓해 부른다. 그러더니 입장료를 내며 손가락 세개를 펴보인다. 자기가 내겠단다. 고작 몇백원이지만 감동이다. 뭐 딱히 관리가 잘 되어 있는 곳도 아닌, 별볼일 없는 곳이다. 타브리즈의 몇안되는 볼거리 중 하나라지만, 그 볼거리 축에도 못끼는 듯 싶다.

타브리즈의 블루 모스크, 그리고 날 끌고(?) 다닌 커플.





 대충 보고 나가려는데 또 손짓해 부른다. 박물관으로 렛츠고 하잔다. 블루 모스크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아제르바이젠 박물관 얘기다. 계획엔 없었지만 아까 입장료를 내줬기 때문에 난 이미 이들의 노예(?). 그렇게 그들은 박물관 입장료까지 내주었다. 매표소에서 잠깐의 다툼(?)이 있었다. 잘은 몰라도 '현지인 가격'과 '외국인 가격' 때문에 뭔가 의견충돌이 있는 듯 싶었다. 어쨌든 매표원은 돈을 더 내라고 요구했으므로 돈을 꺼내들었는데, 얘들이 됐다고 그냥 따라 들어오라며 막무가내로 안으로 델꼬 들어갔다. 거 돈 백원 가지고 왜들 그랴;; 애들이 영어가 거의 안되서 거의 단어 나열로 대화를 나눴는데 디자인 공부하는 19살 학생이란다. 그러고보니 아까 처음 봤을때 뭔가 스케치를 하고 있었지. 박물관 규모도 참으로 코딱지만하여 한 10분 정도 여유있게 돌아보니 끝이었다. 그렇게 박물관을 나와 쿨하게 메일주소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Mariam과 그의 남자친구.

아제르바이잔 박물관



Amin &
그의 친구


 그들과 헤어져 핸드폰 심카드를 사러 시내를 돌아다녔다. 어찌된 시스템인지는 몰라도 핸드폰 매장은 많은데 심카드를 팔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만난 Amin과 그의 친구. 일단 눈물부터 ㅠㅠ  그저 길가다 아무에게나 이란에서 가장 크다는 통신사인 Irancell 심카드 어디서 사냐고 물었을 뿐. 첨엔 모른다고 해서 그냥 뒤돌아서 걷고 있는데, 한~참후에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따라오라고 했다. 뭐가 이리 복잡한지 따라간 핸드폰샵에서 심카드를 7000토만에 구입하고, 그 다음 복사가게(?)에 가서 여권을 복사하고 서류을 작성한 다음, 심카드를 넣었는데 작동이 안됐다. 또다른 샵에 가서 왜 안되냐고 하니 이리저리 살피다가 문제점 발견. 처음 심카드를 판매한 곳에서 아이폰용 마이크로심을 커터로 잘라줬는데 앞뒤를 반대로 잘라준거다;; 반대쪽으로 다시 잘라서 끼우니 개통 완료! 와~ 인터넷 된다!! 게다가 개통기념으로 Amin이 2천토만 충전해줬다. ^o^// 그렇게 한시간이 넘게 같이 다녀주고는 다시 Tourist Office까지 데려다줬다. 그는 진짜 매너남이었다. 길 건널때고 어디 들어갈때고 그냥 걸어갈때도 계속 뒤돌아서 안전(?)을 확인해준다. 처음엔 이들이 왜 이렇게까지 도와줄까, 혹시 댓가를 바라고 이러나 하는 의심이 스물스물 올라왔지만, 그들은 그저 친절하디 친절한 '이란인'일 뿐이었다. 사무실까지 무사히 데려다준 후 어디 좀 다녀오겠다며 10분만 기다리라기에 갸웃하며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머리통 두 개 크기는 되보이는 수박과 석류, 피스타치오를 잔뜩 사들고 나타나서는 선물이란다. 칸씨의 얘기로는 오늘 이란이 밤이 가장 긴 날 이라 모두들 파티 비슷한 걸 하는데, 수박은 거기 빠지지 않는다나 뭐라나. 그걸 전해준 아민과 친구는... 그저 나이스 투 밋 유 였다며 제 갈길을 갔다. 난 진정 초감동 먹었다. 그렇게 또 메일주소 교환하고 쿨하게 헤어졌다.

(후담: Amin과는 그 후로 메일로 연락을 하고 지내는데, 그날 저녁에 내가 묵었던 호텔로 다른 선물을 전해주러 찾아왔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집주소를 알려주면 소포로 보내겠다고 하기에, 고마운 마음만 잔뜩 받겠노라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90년생이었다;;;)

이렇게 큰 수박 태어나서 처음 봄;;


 그렇게 사무실 문닫을때까지 차마시고 죽치다가, 수박은 너무 무거워 들고 갈 수가 없으므로 칸씨에게 선물로 드리고, 칸씨가 알려준 시내버스를 타고 버스터미널로 갔다. 여자와 남자가 엄격히 분리된다는 그 이란의 버스다.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남자는 앞문으로, 여자는 뒷문으로 타며 중앙에는 넘어오지 못하게 바가 설치되어 있다. 뒷자리에 앉아 있으니 매표원이 돌아다니면서 차비를 받았다. (매표원이 있는 버스는 Tabriz 뿐이었다) 코리아라고 하니 실실 웃으며 (나쁜 의미 아님) 자꾸 힐끗거리다가 내리는 곳에서 앞에 가는 남자를 따라가라고 친절하게 얘기해줬다.


 저녁을 때워야할 참인데... 선택의 폭이 너무 좁다. 아니, 없다. Only 패스트푸드 뿐. 이틀만에 이미 질려버린 패스트푸드라 그냥 마트에서 큰 빵 두개를 사서 버스 쪽으로 갔다. 기사에게 가서 표가 없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티켓을 끊어주긴 했는데... 무려 15000토만!! 가장 좋은 버스라고 알려진 스카니아 버스이긴 해도, 가이드북 가격보다 거의 네배나 비싸다. (실제로 그 사이 물가가 세배정도 뛰긴 했지만) 진즉 티켓을 사놓을걸 그랬나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그렇게 실제 요금은 미궁에 빠진 채, 그리고 이란인들의 친절에 받은 감동에 휩싸인채 나는 라쉬트로 간다.




Tabriz - Rasht 스카니아 버스 15000T


Story NO.7 Rasht & Bandare Anza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