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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완결)/└ Italy 2nd

[이탈리아] 유럽판 도원결의 9. Milano


유럽판 도원결의 Story 9


in 이탈리아 밀라노


2012년 6월 2일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또다시 짐을 꾸려야 했다. 어제는 피곤에 지쳐 추가요금을 내고 3인실에 묵었지만 오늘은 예약한 대로 도미토리로 옮기기로 한 때문이었다. 같은 건물 내에 도미토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오버부킹 된 탓인지 뭔지 우리는 짐을 짊어진채로 5분정도 떨어진 다른 건물로 옮겨가야만 했다. 아직 군데군데 공사가 덜 끝나서인지 먼지가 가득한 건물 중간층의 아직 완성이 덜 된 듯한 방에 이층침대 두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와이파이도 안잡히는... 푸우... 끝까지 우릴 배신(?)하는 밀라노 숙소. 근데 뭐 이 요금에 뭘 더 바라겠나 싶기도 하고.

 그렇게 호스텔을 나선 우리는 버스티켓을 사기 위해 그 근방을 몇번을 돌았는지 모르겠다. 숙소 근처에 있던 Kiosk에서는 다른 가게에 가보라고 하고, 또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는 이미 갔던 그곳으로 가보라 하고... 똥개훈련 덕에 아침 산보(?)를 마치고 잔뜩 기대했던 아울렛은 비싼 왕복 차비 때문에(?)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한채 드디어 시내 구경을 하기 위해 버스 타고 궈궈!!


 일단 두오모 근처 깔끔해보이는 가게에 들어가 일단 아침겸 점심을 해결하기로 한다. 나와 신데지는 연어 샐러드를 나눠먹기로 하고 (내가 끼니로 샐러드를!! 그것도 '나눠; 먹어!!) 대충 때우고는 후식까지 처리하고 슬슬 거리로 나오는데 분위기가 심상찮다. 온통 쳐진 바리케이트 앞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나는 교황의 밀라노 방문 때문에 지하철 구간 일부가 정차없이 통과되거나 나가는 출구가 막혀버리자 "교황이 뭐 별거야. 괜히 겹쳐서 와서 불편하게스리 ㅡㅡ^" 라며 쏘쿨한 모습을 보였었는데, 교황이 오고 있다는 수군거림을 듣자마자 어느새 배리어 제일 앞으로 뛰쳐나가 연속촬영 버튼을 눌러대고 있었다;;;;; 그렇게 그나마 건진 사진 한장이 뒷통수 ㅠㅠㅠㅠㅠㅠㅠㅠ


교황님보다 더 주인공처럼 나온 보디가드씨


 교황님께서 (갑자기 존칭) 말 그대로 '휘잉~' 지나가버리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 금방 흩어져버렸다. 공교롭게도 그 해 교황님은 교황직을 사퇴하셨는데 우리는 이를 일컬어 '최오리 바이러스'라 명명한다. (주 : 최오리를 만난 후 심하게 아파서 앓아눕게되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교외 아울렛을 포기해서 딱히 할일이 없었던 우리는 그저 시내구경을 하기로 하고 시내 아울렛과 매장들을 둘러보며 쇼핑을 하거나, 맥도날드에 1유로짜리 쉐이크 시켜놓고 앉아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러고나서 우리는 마트를 찾아가기로 했다. 내일이면 집에 가니 커피 등 이탈리아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들과 내일 기차에서 먹을 간식 등을 사기로 했다. 하.지.만. 시내에서는 도통 마트를 찾을 수가 없었고, 현지인인듯한 사람에게 물어서 어찌저찌 길을 따라 걷긴 했는데 그래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신데지는 신고 나온 신발이 불편하다며 숙소에 돌아갔다 와야하나 고민하고 있었고, 그때 난 이미 힘들었기 때문에 짜증이 좀 올라온 상태에서 이따 저녁때 또 나와야하는데 왠 시간낭비냐며 조그맣게 궁시렁대고 있었고, 그 태도에 울화가 치민 최오리는 하극상을 일으켜 나의 싸다구를........ 날리진 않았지만 왜 의견을 말하지는 않고 불만만 가득하냐며 씩씩대고 있는 와중에... 나는 인상 푹 쓴채 그저 속으로 '쟤 갑자기 왜 저래...' 라고 생각했을뿐......... 그렇게 여행 후 처음으로 급 냉랭해진 분위기. 그러다가 시원한 거나 마시자며 자리를 옮겨 쭈쭈바맛 나는 슬러시를 마시다보니 뭐 그냥 자연스레 풀어졌던 것 같다. 하.하.하. (이러면서 속으로 복수 다짐...) 







  결국 다시 숙소에 들어갔다가 잠시 쉬고 나오기로 했다. 딱히 더 할 시내구경은 없었고 - 명품매장은 너무 비쌌고, 교황님 때문에 문닫은 곳도 많았다 -, 조금 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밀라노 역으로 나가기로 했다. 신데지의 아는 오빠 - 지만 나와 동갑 -가 밀라노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만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버스는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현지인들도 같이 기다리는 것을 보면 틀린 정류장도 아닌 것 같은데, 다들 표정을 보니 무슨 일인가 싶어하는 듯한 눈치다. 자기들끼리 숄라숄라 하더니 역시나 이놈의(?) 교황님 때문에 버스가 제대로 안다닌다는 것이었다. 후우... 결국 한~~~참을 더 기다려 약속시간을 훨씬 넘긴 밤늦게서야 중앙역에서 신데지의 아는 오빠 이모군을 만나 부푼 가슴을 안고 한식당으로 향했다. 메뉴판을 보고 있자니 감동이 마구 밀려오미.. 무슨 메뉴를 시켜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미... 그렇게 정신을 빼고 일주일은 굶은듯 미친듯이 폭풍흡입을 가능케 한 극진한 대접 (이모군의 입장에선 눈뜨고 코베임)을 받았다. 그후로 신데지의 귀에 어떤 말이 흘러들어갔는지는 모를 일.


잔해만 남은 음식앞에서 고개숙인 죄인들


 이렇게 브뤼셀에서 상봉한 우리 셋의 스페인 ,이탈리아 여행은 끝이 나고, 다음날 새벽 최오리는 브뤼셀 행 아침 비행기를 타기 위해 홀로 떠났고, 신데지와 나는 미리 예약한 기차를 타고 독일로 돌아왔다....


맥도날드 밀크쉐이크 €1, 아점 샐러드+커피 €5.20

쭈쭈바맛 슬러시 €5, 물+콜라 € 1.40

버스 1일권 €6                                                 = €18.50/도원결의 총계 €350.64



  NO.10 독일, 뜻하지 않은 등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