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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완결)/└ Italy 2nd

[이탈리아] 유럽판 도원결의 7. Cinque Terre


유럽판 도원결의 Story 7


in 이탈리아 친퀘떼레


2012년 6월 1일 금요일

트래킹 제1코스
- 사랑의 길
 
 아침은 제법 쌀쌀했다. 아니, 그냥 날씨가 흐렸다. 근처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했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크로아상과 라떼 마끼아또를 시켰다. 와이파이 비번을 얻으러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투덜거리며 나온 최오리는 커피를 홀짝이다가 한마디 남겼다. "여기 사람들 불친절한데 커피 너무 맛있어.. 굴욕적이야..."

 친퀘떼레의 다섯 마을 사이사이를 잇는 트래킹 코스. 여유있게 모두 걸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몇시간 뿐이었기 때문에 첫 코스이자 가장 짧은 Riomaggiore-Manarola 코스를 걷고 나머지는 기차를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다. 그나마 코스의 일부가 지난 여름 홍수로 잠겨 아직도 복구중이라 어차피 도보로는 지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들은 것이 위안이 되었다. 첫 코스는 '사랑의 길'이라고 알려진 코스이니 만큼 입구부터 가는 길 곳곳에 낙서와 자물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서울타워의 그런 자물쇠) 1시간도 안되는 짧은 평지코스라 어렵지도 않아서 금세 다음 마을인 마나롤라에 도착했다.


사랑의 길 시작


평소 이러고 놀지는 않습니다;;

걷다보면 보이는 다음 마을


 두번째 마을인 마나롤라는 별볼일 없었으므로 이내 다음 기차를 타고 떠나기로 했다. 기차가 한시간에 한대 뿐이라 시간을 떼우기 위해 간식거리를 사먹으며 앉아있었다. 기차역 주변에 지난해 홍수로 인한 피해 사진이 쭈악 나열되어 있었다. 기부라도 하라는 건가...?


심심한 Manarola




Corniglia


 셋이 입모아 말했던건, 다섯도시 중 단연 이 도시가 가장 좋았다는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음... 딱히 이유는 모르겠다. 가장 아기자기하고 추억이 많기 때문일까. 마을이 언덕 꼭대기에 있기 때문에 기차 시간에 딱 맞춰 서있는 구식 버스를 타고 올라가 맛있는 냄새로 가득한 골목 쭈욱 따라가면 파노라마를 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나온다. 마치 코르닐리아의 상징과도 같은 그(?) 엽서에 나온 광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한데 날씨가 흐린게 조금 아쉬웠다.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버스 시간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여유를 즐기던게 실수라는 걸 깨닫게 된 건 한참 후의 일. 점심을 먹고 또 굴욕적이게도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던 길에 카운터에서 주인과 다투고 있는 최오리 발견.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하는 순진하고도 반짝이는 눈동자로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내가 내 밥값을 계산 했는데 주인이 최오리에게 또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응? 나 계산 아직 안했는데?" (............) 최오리는 화장실에 가는 날 계산하러 간다고 착각을 했고, 주인이 억지를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야.. 부끄럽다. 빨리 뜨자;;;


 그렇게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오 마이 갓. 자주 있지도 않은 버스가 좀 전에 떠났다는 사실에 좌절. 어쩌까저쩌까 발을 동동 구르다가 우리는 역까지... 뛰어가보기로 했다 (!!) 어차피 내리막이니까... 길도 모른채 무작정 쩌어~~~~~~~ 아래 보이는 선로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과연 제 시간에 도착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그냥 포기를 하네 마지막까지 뛰네 실랑이를 벌였지만 결국 우리는 해내었다. 


쩌어어어어~~ 멀리 기차역


 네번째 해변마을 베르나차. (이상하게 사진이 없다...?) 해변가 바위에 걸터앉아 그저 다음 기차시간이 될 때까지 하염없이 바닷바람 맞으며 기다렸던 기억뿐. 그리고 바로 마지막 도시 몬테로소. 레알 해변에서 일광욕 좀 즐기려 했더니 해는 안나고 춥기만 하고. 따뜻하게 커피나 한잔 마시기로 하고 해변가에 늘어선 무수한 카페 중 한곳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일주일에 한번 마실까말까 한 뒤늦게 배운 커피를 하루에 도대체 몇잔을 마시는 건지 모르겠다. 그래도 맛있어서 봐준다.


몬테로소 기차역


 몬테로소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기차표를 출력해놓지 않은 것은 대실수였다. 기차 안에서 먹을 빵과 음료수를 사고 기차가 오기 불과 2분? 1분전에 자판기 앞에 섰다. 음...? 고장인가...? 이리 누르고 저리 누르는 동안 이미 기차는 도착했다. 하지만 티켓 없이 무작정 열차에 올라탈 수는 없었으므로 마지막까지 발악을 해 보았지만 마지막에는 화면에 '고.장.' 버튼이 뙇! 뜨고 열차가 출발하면서 우린 좌절의 늪에 빠져들었다. 창구로 가서 차근차근 상황설명도 하고 못알아먹는 직원에게 우리탓이 아니라며 화도 내보고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어쩔 수 없다'........... 아 신경질나. 독일이었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든 잘 처리해줬을텐데 이 빌어먹을 나라는 무조건 안된다는 대답 뿐이다. 우리로선 해줄게 없다, 다음 기차 시간표를 알아봐주겠다고 한다. 불난집에 기름 붓는겨? 그렇게 좌절감에 휩싸여 한동안 단체 멘붕 상태에 빠져있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새 티켓을 사서 밀라노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 (크로아상+커피) €3.50, 점심 €6, 라떼 €2,  피자빵 2.70

로컬열차 (Monterosso-Milano) €16.75                               = €30.95 / 누계 €312.04

Story NO.8 Milano에서 교황을 만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