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3. 까미노보다 더한 일정
2014년 4월 2일 수요일
고고학 박물관
그리스의 생활패턴 탓인가. 10시가 다 되도록 누구도 일어나지 않아 아침 내내 방은 어두웠다. 백발의 할머니 한분은 - 나중에 알고보니 울 엄마뻘 - 코를 골아댔고, 동남아 여자애 하나는 - 하지만 사는 곳은 뉴욕이라고 - 간헐적으로 크게 잠꼬대 비슷한 신음소리를 내는 가운데, 나는 나름의 늦잠이랍시고 8시 반에 일어나 느긋하게 숙소를 나섰다. 직전에 하룻밤을 추가하겠다고 얘기했는데, 호스텔 월드 예약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만 받아서 깜놀했다.
첫 목적지는 숙소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다. 세계 10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대체서 어디서 조사한 어느 리스트에 속해있는지는 미스테리다. 입장 전에 아침을 먹으려고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 박물관 바로 앞의 카페에 들어갔는데 왠걸. 커피 한잔에 4유로 (!), 오믈렛 하나에 8유로나 하는 고로 유유히 그곳을 빠져와서 (ㅋㅋ) 옆문으로 나가니 테이크아웃점이 하나 있었다. 커피 단돈 1유로에 각종 파이들이 1~2유로. (만쉐이!!) 소세지 파이 하나와 카푸치노 라떼 (이런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를 사들고 박물관 앞 벤치에서 꿀꺽 해치운 후 입장. 오전이라 그런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비쥬얼로는 대학생) 단체 관람객들이 바글바글했다. 그 사이를 뚫고 들어가 티켓창구로 가니, 미리 알아온 정보대로 유럽 대학생은 무료 입장이다. 얏호!! 전시물 양도 적지 않고 나름 잘 되어있는 듯 보였으나, 가면 갈수록 허저비 하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좋은건 런던,파리, 뉴욕으로 넘어가고, 찌끄레기만 남은 느낌은.. 내가 예술을 몰라서인가 ㅠㅠㅠㅠ 너무 많은 박물관을 돌아다녀서인가, 왠만한 박물관은 눈에도 안들어온다. 여행을 많이 다녀서 왠만한 광경은 성에 차지 않는 여행 불감증에 걸린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과 일맥상통인가...?
소세지 파이 (소세지는 숨어있음)와 카푸치노 라떼. 냠냠~
국립 고고학 박물관
fold their arms under the breasts 라는 설명을 가진 figure. 이 시대를 대표하는 상 같은데.. '저 시대때도 가슴 모으기를;;;' 하고 생각하는 나는;;;
뒷트임한 눈 같다고 생각하는 나는..;;
허접하게 대충 그린 것 같은 도기들. 장인정신이 느껴지지 않아!
아가멤논의 황금가면. 미케네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느 것이 오리지날인지 표기가 되어 있지 않아...
통닭 먹고 싶다...
제우스 or 포세이돈 상이라고 알려진, 아직 연구가 끝나지 않은 동상. 아마도 번개를 던지는 제우스가 아닐까 상상해본다.
아랫층에 정원이 조성되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실
망도 감동도 아닌채로 그곳을 나서 산타그마 광장까지 슬슬 걸어가 보았다. 목적지는 친구 최모씨의 그리스인 친구 마 모양이 불고기를
맛나게 먹었다고 강추한 '도시락' 이라는 한국식당이었다. 블로그를 뒤져보니 한국인 입맛엔 별로인듯 평이 그닥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한국의 맛의 빙산의 일각이나마 느껴보고 싶어서 고고. 상당히 찾기 쉬운 곳에 위치한 그 식당은 각종 아시아 인으로
가득했고, (그 중 한국인은 직원 1명 뿐인듯 했다.) 기대보다는 많지 않은 한식메뉴 - 정식명칭은 Korean &
Japanese Restaurant 이므로 - 중에서 나름 레어템인 낙지볶음이 당첨되었다. 주인은 분명 한국인이라고 했는데 왜
낚지볶음이라고 쓰여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낙지를 씹어보니 냉동임이 분명했고, 한국에서 먹던 낙지볶음의 비슷한 맛도 나지 않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매콤한 맛과 밑반찬들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공기밥 따위도 2.5유로나 주고 따로 시켜야 하는데에 속으로
궁시렁 거렸었는데, 얼마나 눌러담았는지 먹다보니 그 작은 밥공기가 마치 화수분처럼 밥이 퍼도퍼도 계속 나왔다. 캬캬캬!
아테네 대학. 생각보다 너무 작아 깜놀.
National Library
아테네 아카데미. 나무에 거의 가려져 있는 좌상 중 왼쪽이 플라톤, 오른쪽이 소크라테스라고. 그리스에선 오렌지나무 - 혹자는 유자나무라고 하던데 - 를 흔히 볼 수 있다.
내셔널 히스토리 뮤지엄.
산티그마 광장 그리고 국회의사당. 앞에 보이는 사진 찍는 여자애는 계속 나 따라다니면서 사진 방해하는 중. 읭.
한 & 일식당 도시락. 운영하시는 분이 한국분이라는 얘기도 있고, 조선족이라는 얘기도 있고... 쥔장을 못봐서;
아크로폴리스
아~주 만족스러운 점심을 먹고 나서.... 별다른 계획이 없다. 야경을 보러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아테네의 볼거리 1순위인 아크로폴리스의 일부가
늦게까지 오픈한다는 정보를 접하고 일단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24시간 교통권을 사서 메트로를 타고 가려고 자판기 앞에
섰는데, 문득 그때까지 걸어다닌게 엄청 억울해졌다. 그래. 더 이상 걷지못할 상태가 될때까지는 발이 짓무르도록 걸어보자! 하는
'단순무식'한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어느덧 위험지역이라 가능하면 서성하지 말라던 오모니아 지역도 지나고,
레스토랑들과 상점들이 줄지어 서있는 플라카도 지나고. 애써 변명하자면 이런 맛에 걷는게 아닐까. 핫핫핫!! 그러다가 엉겁결에
아크로폴리스에 도착해버렸다.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꼭대기 부분은 일찍 닫는다고 들었는데 잘못된 정보였다보다. 5시쯤 도착했는데
문제없이 입장이 가능했다. 게다가 독일 학생증을 제시하니 또 무료!!!
몇몇 후기들을 읽었을때는 뭔가 굉장한 것이 있는 듯이 감동을 받았다는 글이 줄줄이 있었는데, 나는 내가 가본 중 가장 초라한 원형극장과 허접하기 이를데 없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1호를 본 그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 2호가 된 이집트의 카르낙 신전을 보고 이미 파르테논을 1호로 지정한 후라서 "이게 1호여야 했는데!" 하며 매우 아쉬워했다던 일화가 있는데 후우....... 그 멋진 카르낙 신전과 이따구 다 부서진 공사장 폐허같은 곳을 비교하다니 ㅠㅠㅠㅠ 아놔 내가 다 승질이 난다. 무료로 들어갔는데도 아깝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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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지파이 + 커피 €2.20
낙지볶음 + 공기밥 + 음료 €15
딸기케익..을 가장한 무언가 €3, 햄치즈파이 €1.80 = €29.90 / 총 19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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