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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4' Greece 2nd

[그리스] 2. 여행 둘째날 in.. 그리스 어드메

Story 2. 저주받은 그리스 기차


그리고 저주옮은 내 일정


2014년 4월 1일 화요일

게으른 그리스

망했다. 오늘 일정은 호스텔 리셉션 때문에 완전히 망해버렸다. 어젯밤에 계획한대로 7시 반에 숙소를 나서기 위해 나는, 늦게 잤음에도 불구하고 여섯시 반에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리셉션이 8시에 연다는 것은 내 계획에는 없었던 것이므로. 디파짓 10유로를 받아야만 했기에 그냥 가지도 못하고 계속 닫힌 리셉션 문앞을 서성거렸다. 오죽하면 화재경보를 울리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을까. 직원은 정확히 7시 58분에 나타났고, 나는 디파짓을 받아들고 8시 6분에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 시내버스를 잡아탔다. 버스 터미널이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예상 밖이었다. 그렇게 8시 35분경 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8시 반에 출발하는 칼람바카행 버스를 그대로 놓쳐버렸고, 그 다음 버스는 12시였다. 그리스는 남부로 갈수록 시골이라던 말... 과는 달리 그리스 전체 교통이 그닥 좋지가 않았다. 여행자도 많고 이동인원도 많은데 왜이리 띄엄띄엄 있는거야... 여튼 잠시 멘붕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눈동자와 머리만 굴리고 앉아 있었다. 가장 짜증(?)나는 점은 나는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도 포기하고 나왔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먹고 오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으니 (.....) 1. 미리 예매한 칼람바카-아테네 기차표와 메테오라 수도원을 포기하고 그냥 버스를 타고 아테네로 갈 것인가. 2. 12시 버스를 타고 칼람바카로 갈 것인가. 하지만 도착시간이 3시라면 너무 늦다. 3. 테살로니키에 조금 더 있다가 야간버스를 탄다. 몇가지 가능성을 놓고 30분을 고민을 하는데 문득!!! 열시반쯤에 기차가 있다는걸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터미널을 뛰쳐나가 시내로 나가는 '아무'버스나 잡아탔다. 나는 왜 생각없이 '아무' 버스나 탔을까 (...) 그 결과 난 또 목적지를 한참 지나쳐 내려서 30분을 더 걸어 10시경 기차역에 겨우 도착했다. 학생할인을 받아 잽싸게 티켓을 끊고는 샌드위치와 음료를 사서 제 시간에 탑승했다. 1시 22분에 도착해도 메테오라 행 마지막 버스는 이미 끊긴 이후겠지만 (돈이 매우 아깝지만) 택시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안심은 아무때나 하는게 아니었어.. 인생사는 새옹지마.. 아니 설상가상이다.


이 친절한 자판기는 거스름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게다가 가판대보다 10센트 비쌈.

치킨 바게트 치고는 지나친 치킨양;; 여튼 양은 많아서 두번에 나눠 먹었음.

그리스 기차..
다신 안타!!
  아침 삽질이 있긴 했지만, 이렇게만 됐더라는 나는 나름 성공적인 하루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Palaeofarsalos 라는 허허벌판의 시골역 - 그에 비해 시설은 과도하게 좋은 - 에 도착한 것 까지는 좋은데, 5분안에 환승해야 할 기차가 도무지 오질 않는 것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인내심이 강한건지 아니면 여유가 있는건지 누구 하나 당황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고, 나와 테살로니키에서 같이 타고온 할아버지 한분만이 큰소리를 내며 직원과 숄라숄라 하다가 나를 쿡 찌르며 손가락 하나는 들어올리며 (중지는 아님) 뭐라뭐라 했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20분쯤 지나자 안내방송이 '친절하게도' 그리스어로만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여전히 요지부동. 30분이 지나자 내가 못참고 반대편의 역사로 건너갔다. 건너편 Bar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던 아까 그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나 다가오시더니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Problem, one hour!" 하신다. 아.. 아까 말씀하신게 한시간 늦게 온다는 거였어;; 확인차 다시 티켓창구에 가서 물어보지만 영어를 못하는 할부지 직원이 애써 몇단어를 늘어놓으신다. "Problem. 20 Minutes, or later." (....) 차라리 버스를 탈 것을. 아니, 아테네로 갈 것을. 아니, 아침이나 먹고 나올 걸 ㅠㅠㅠㅠㅠㅠㅠ (먹을 것에 집착중) 하루를 이동, 그것도 씨잘데기 없는 이동으로 날리다니. 그렇게 한시간 늦게온 기차를 타고 약 세시쯤 칼람바카에 도착했다.

Pala.... 뭐시기 역.


 정말정말 왠만하면 타고 싶지 않은 택시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었는데, 미리 알아온 정보 - 택시투어 25유로 - 가 시간당 가격이라는 사실을 듣고 (투어 소요시간은 약 3시간), 그 좋은 사막투어도 60유로는 안하는데 그 돈을 들일수는 없다는 생각과 모든 수도원이 세시에서 네시 사이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 때문에 과감히 칼람바카 버리기로 했다. 사실 난 걸어서 등반(?)할 생각도 있었는데, 짐보관소 마저 짐을 안열어서 배낭을 메고 이동하기는 벅찼다. 아침에 버스만 제대로 탔다면 2유로도 안되는 버스를 타고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었을터. 아까 만난 할부지 삐끼에 의하면 시설이 꽤나 괜찮은 숙소가 20유로 정도라고 했기 때문에 그냥 하루 묵고 내일 이동할까 잠시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아테네 하루 숙박비와 예매한 기차표를 날리게 되니까... 절벽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고 제치기로 결정. 그 분풀이로 맛난거나 먹자 싶어, 평이 꽤나 좋은 맛집에 그리스 음식인 '무사카'를 도전하러 찾아갔지만 피에스타라 닫음. .....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는 수 없이 기차역 쪽으로 돌아가는 길에 Arxontariki 라는 아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수플라키 도전. 사실 동구권과 아랍권에는 깔리다시피 한, 이름만 다른 음식이라 딱히 큰 기대는 없었지만 그대로 원래 좋아라 하기 때문에 고민없이 시켰는데 그냥 그랬다. 오늘 모든 일이 안풀리네.

칼람바카에서 무료 wifi 가장 잘 터지는 Info 근처 벤치에서 시간 때우기.

이런걸 보러 갔는데 ㅠㅠㅠㅠㅠ 사진은 퍼왔음 ㅠㅠㅠㅠㅠㅠ


감자튀김에선 기름이 뚝뚝 떨어지고, 돼지고기는 질기고.. 하지만 하얀 크림은 맛있었음.


 시간에 딱 맞춰 기차역에 갔는데, 이런 체계도 없는 눔들 같으니! 떡하니 원하는 좌석까지 예약하게 해놓구선 그 기차 아니니까 아무데나 앉으란다. 헐~ 그렇게 순조롭게 아테네로 가는가 싶었는데 인생은... 뭐라구요? Say Ho~ 설!상!가!상! 잘 가던 기차는 절반쯤 가더니 그대로 서서 움직일 줄을 몰랐다. 같은 칸에 있던 여자가 기차가 Problem (오늘 이 단어를 몇번 듣는지 모르겠다)이 있어서 1시간 반정도 거리를 버스로 연결하니 얼른 내려서 밖으로 나가라고.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니 그냥 카오스다. 시외버스가 네 대 정도 줄줄이 서 있고, 이틀간 느낀 그리스인의 무질서함 그대로 누구도 줄을 서지 않고 자리를 맡겠다는 일념으로 사람들을 밀쳐대고 있었다. 두개의 버스가 꽉 차고 나는 애초에 텅 빈 버스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배낭을 받아들며 타라고 해서 여유롭게 탑승. 그렇게 버스는 불빛하나 없는 시골길을 달리고 달려 이름모를 역에 사람들을 내려주었고, 그곳에 기차 한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기차는 달려서 예상 도착시간보다 한시간 늦은 밤 11시 반에 아테네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숙소를 잡아둔 선견지명이 빛을 발하는 순간. 물론 15분을 걸어 도착한 그 숙소는 어쩐지 수용소 분위기가 났지만;; 내일은 용하다는 신탁을 받으러(?) 델피에 갈 예정이었지만 그냥 쉬면서 한국식당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칼람바카 역



이 모든 사단을 겪고 있을때 내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날 (...)


테살로니키 시내버스 €0.90+1

기차 Thessaloniki-Kalambaka €15.80 (학생할인)

Kalambaka-Athens €10.50 (학생할인+웹할인)

치킨바게트+콜라 4.75, 수블리카+스프라이트+빵 11, 물 0.50

Zorbas Hotel 4인 여자 도미토리 2박 18                   = €62.45 / 총 160.90 


Story NO.3 아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