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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10' Tunisia

[튀니지] 2. 여행 2일차 : Tunis


Story 2. 소매치기 따위.. 죽을래?


2010년 12월 16일 목요일

 너무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늦게까지 자고 싶었지만, 6시부터 시작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 맞춰둔 알람이 6시 반에 울렸다. 도저히 눈이 떠지지가 않아서 알람을 끄고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발악을 하다가 결국 7시 반에 박차고 일어났다. 대충 눈곱만 떼고 츄리닝 차림으로 부스스 1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딱히 먹을게 많은 건 아니었지만 서비스나 질, 맛 대부분 만족스러운 아침이었다. 다시 올라가 씻고 정리하고 테라스로 나가니, 어젠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바다가 보인다. 지중해다. 사람들은 뭔가 지중해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 싶지만, 이미 몇번이고 가본 지중해는.. 그냥 바다다. 아직 내게는 홍해가 최고.


혼자서 널럴하게 쓴 트윈베드 ;)



체크인 할때 식권을 챙겨둘 것!


 체크아웃하고 밖으로 나오니 매서운 칼바람에 빗방울이 섞여 날아온다. 대~충 감으로 방향을 때려잡고 걸었다. 걷다가 몇사람에게 메디나로 가는 길을 물었는데 모른단다. 여기 사시는 분 아니신가요들...? 그렇게 무작정 방향을 잡았는데 다행히 30분을 걸어 기차역에 도착했다. 원래는 버스를 탈 계획이었지만 버스터미널까진 지도상 지금 온 길의 두배나 더 걸어야하므로 간단히 포기!! 기차는 그리 자주 있지는 않아 약 두시간 가량 기다려야만 했다. 좌석 클래스별 가격과 국제학생증 할인이 되는지 여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Tunis' 하니까 바로 2등석표를 뽑아서 스윽 내민다. 별수 없지;; 두시간 동안 여행루트 정리도 하고 일기도 쓰면서 딩가딩가.



 



 기차는 거의 비어 있었다. 내가 탄 한 량에 열명도 안되는 사람들이 뜨문뜨문 앉아있었다. 현지인이 나에게 여기 2등석 맞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 도중에 한 청년이 나에게 웬 종이쪼가리를 내밀며 10TD를 기부(?)할 것을 요구했으나 모른척. 나 딱봐도 돈없어 보이지 않아...?


 중간기점인 Bir Bou Regba에서 탄 청년의 눈초리가 수상하다. 튀니스에 도착할때까지 한시간 내내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난 저..저..절대 나한테 집적거릴 요량이겠거니.. 라는 생각은 추호도.. 했다.. 기 보다는 아랍남자의 전형적인 태도 정도로 생각했다. 계속해서 내 눈치를 슬슬 살피는게 영 거슬려 죽겠다. 기차는 3시에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 도착을 했고, 놈은 기차에 내려서도 날 기다리는 듯 출입구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휑~ 하니 돌아서서 수많은 승객들 사이로 끼어들었는데..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누군가 어깨를 툭툭 쳤다. 돌아보니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자기 가방을 가리키면서 머라머라 하시기에 뭔가 파는 사람인가 하여 무시하고 돌아서려는데 또 다시 나를 불러세워서는 가방을 잠그는 시늉을 한다. 그제서야 뒤로 돌려멘 가방을 앞으로 돌려 확인하니... 내리기 전에 분명히 확인하여 꼭꼭 잠궜던 가방이 쥐도새도 모르게 열려있는 것이다. 다행히 한번 안에서 묶어주고 마무리로 밖에서 한번 더 잠그는 형태의 가방이라, 안쪽의 끈은 완전하게 풀리진 않고 그저 느슨해져 있었다. 헉!!! 하는 마음에 재빨리 가방을 열어 뭐 훔쳐간 것이 없나 확인했다. 지갑 OK. 아이폰 OK. 여권 OK. 카메라 OK. 나머진 없어지거나 말거나 휴~ 하고 가방을 앞쪽으로 돌리고 역을 빠져 나가는데 그 망할 놈의 시키가 또 날 기다리고 서있다. 오는 내내 기차안에서 게임하고 있었는데, 놈이 노리는게 내 돈인가, 아이폰인가, 엠피뜨리인가... 어느쪽도 용서못해!!! 역을 나온 후에도 쫄래쫄래 그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나를 따라오다가는 더이상 나에게서 빈틈이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도착하자마자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진정 뭐 하나 잃어버리기라도 했다면...... ㅎㄷㄷ (소름) 알바니아에서 코앞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이후로 나한테 걸리기만 하면 그 자리에서 묵사발을 내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린노무시키.. 봐줬다. (안봐주면 또 어쩔껀데;;)



 유스호스텔을 찾아 다니다가 메디나에서 길을 잃었다. 얽히고 섥힌 이 길들은 어쩜 이리도 복잡하고도 좁아터졌단 말인가. 이 길이 저 길 같고 저 길이 이 길 같은 그 좁디좁은 수크를 중심으로 난 길을 헤메면서 소매치기 신경쓰랴, 곤니찌와 니하오 무시하랴 바빴고, 옆길로 샜다가 온길로 다시 걸었다가를 반복하다가 결국 찾았다. (한번 찾고나니 또 다시 찾아가는 길은 어찌나 쉬운지 -_-;;) 그런데... 어렵게 도착한 유스호스텔 문이 잠겨있다. 으잉? 완전 당황. 주변을 어슬렁거려봐도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고... 커다란 문을 몇번 쾅쾅 두들기다가는 여행책자를 꺼내 전화번호를 뒤적거리는데 다행히 누가 나왔다. 시설은 뭐.. 애초부터 기대도 안했다. 이끌려 간 12인실에는 나만 덜렁... 게다가 이 서늘함은 뭐지...


왼쪽으로 보이는 대문이 유스호스텔


 대충 짐을 풀어놓고 5시경 밖으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며 더더욱 으슬으슬 추워지고 있었다. 튀니지가 이렇게 추울줄 예상도 못했는데. 이집트의 겨울 기온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고 가져온 얇은 옷들 중 그나마 가장 두꺼운 옷 (가을점퍼+후드티+셔츠)을 세겹이나 입었는데도 추워서 겨울옷을 사야하나.. 하고 조금 심각해졌다. 따뜻한 곳을 일부러 찾아 왔는데 여기마저 추울 줄은.....


 메인거리인 하비브 부르기바 거리를 따라 주욱~ 걸었는데 마땅한 식당이 없었다. 다시 돌아와 관광객은 안갈듯한 어두컴컴한 길로 들어섰다. 역시 마땅한게 없었고, 계속 비를 맞을 수는 없었으므로 아까 언뜻 지나친 Fast Food라고 적힌 집으로 갔다. 가장 눈에 익은 샤와르마와 콜라를 시켰다. 맛은 그저 그랬지만 남김없이 꾸역꾸역.





 수크의 모든 가게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호스텔로 돌아가는 그 가로등 하나 없는 길고 긴 길은 그 사이 깜깜해져서 무시무시(?)해져 버렸다. 다른 길로 돌아가기는 너무 멀고 해서 전열을 가다듬고.... 전속력으로 어둠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길은 왜 끝없는 오르막인 것이냐..... 뭐라도 튀어나올까 있는 힘을 다해 그렇게 헉헉대며 호스텔에 도착. 3TD 하는 와이파이 24시간을 신청하고 (어제 묵은 호텔의 경우는 한시간에 8TD인가 그랬음;) 침낭속에 파묻혀 메일을 쓰거나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된장찌개!!!!!!!!!! 아까 들어올때 언뜻 보기를 아랫층에 사람들이 의자랑 마이크랑 키보드랑 설치하고 그러더니 뭔가 파티가 열린 모양이다. 음악+노래 소리가 일단 엄청 컸고, 같은 멜로디를 계속 반복하는 그 지루한 아랍노래는 끊이지도 않고 계속 울렸으며, 사람들이 환호소리... 이것은 흡사 클럽 한가운데서 잠을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3시간이 지나 12시를 넘겨서야 비로소 조용해졌고, 그제서야 난 잘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음악소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추위였다.



기차 수스-튀니스 7.700

역에서 과자, 물, 껌 1.500, 치약 1

유스호스텔 24 (이틀치), WIFI 3

저녁 (샤와르마+콜라) 2.800                                = TD 40.000


NO.3 튀니지의 산토리니, Sidi Bou S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