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avel Diary /10' Tunisia

[튀니지] 1. 여행 1일차 : Sousse


Story 1. 여행의 시작은 삽질로


2010년 12월 15일 수요일

5년째 동거동락중인 내 여행 메이트. 이제 짐싸는 것도 달인 수준.

드디어 출발
  진눈깨비가 흐드러지게 내리던 날. 이미 수속을 마치고 뱅기좌석에 앉아서 '과연 뱅기는 뜨는가' 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얼음조각 제거로 이륙이 늦어진다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체크인도 오지게 오래걸려 15분 정도 늦어질거라고 하더니 결국 한시간 늦게 출발. 이 때문에 첫날 계획부터 삐걱이기 시작하는데.... 원래 예상 뱅기 도착 후 시내로 나가는 Metro 막차까지 약 30분의 여유밖에 없어서, 짐찾는 시간까지 아끼겠다며 배낭도 줄이고 줄여 8kg로 컴팩트하게 싸고 만반의 '질주' 준비를 했는데 모두 물거품. 배가 고프던 참에 다행히 간단한 기내식이 나오고, 이+착륙시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엉엉 울어대던 뱅기 처음 탄듯한 여자와 옆에서 염장질을 해대던 커플, 종일 울어대는 아기에게서 탈출하여 Passport Control 에 섰을때.... 역시나 문제가 생겼다.

 최소 1박의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으면 입국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경찰을 따라 공항내의 여행사로 갔다. 설마 혼자 온거냐. 튀니지에 친구라도 있냐. 이것저것 물어대다가 근처에 있는 호텔 이름을 나열하기에, "거긴 비싸잖아!" 하면서 20유로의 마지노선을 제시했으나....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방이 없다며 30유로에 육박하는 호텔을 제멋대로 예약해버렸다. 나야 별 수 있나. 일단 입국을 하고 봐야지. 사실 기내에서 내가 생각한 방안은 공항에서 노숙하고 아침에 첫차로 나가는 거였지만, 공항 분위기도 밤에 노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가, 지금 입국이 되느냐 마느냐의 상황에 빠져있는데 차마 경찰에게 "나 그냥 여기서 자면 안돼?' 라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시키는 대로. 다시 수속대로 끌려가니 마지막 뱅기였던 내가 타고온 뱅기의 승객들은 이미 다~ 나가고 없고, 컨트롤러마저 사라진 상황. 경찰은 큰소리로 컨트롤러를 불러냈고, 일 다 끝내고 사무실에 들어갔던 컨트롤러는 여권확인 내내 궁시렁거리며 나에게 뭐라뭐라 하고 있었지만 난 전혀 못알아들었을 뿐이고, 다른 컨트롤러들은 구경난듯 내 주위를 비~잉 둘러싸고 North냐 South냐 따위의 질문들을 날려대며 지들끼리 시시덕.

 

 수속을 마치고 다시 여행사로 돌아가서 호텔까진 어케 가냐고 물으니 10TD (1튀니지 디나르 = 약 800원)을 내란다. 디나르를 안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럼 10유로를 내란다. 10유로면 10TD의 거의 두배다. 순간 속에서 열불이 푸악 터지며 '이 식혜들도 돈 벗겨먹으려는 수작은 이집션들과 다르지 않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밤도 늦었고 별다른 수가 없어서 지갑을 털털 터니 7.99유로가 나왔다. 잔돈은 귀찮다는듯 9센트는 다시 돌려주고는 따라오라고 해서 미리 대기하던 단체관광객의 셔틀버스에 올라탔다. 왜 출발을 안하냐며, 가뜩이나 연착으로 심기불편했던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고, 난 또 설마 나 때문인가하여 눈치만 슬슬 보고 있는데, 여행가이드로 보이는 한 사람이 말하기를, 한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가 비자가 없어서 아직도 수속중이라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하자 사람들은 냉정하고도 단호하게 "택시타라고 해!!!" 라며 목소리를 높혔고, 버스는 결국 출발했다.


 

 첫번째로 정차한 호텔 (호텔을 돌면서 사람들을 내려주는 중) 에서 또 일이 터졌다. 한 남자가 자기 짐을 찾을 수 없다며 트렁크에 있는 모든 짐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있었고, 사람들은 '이렇게 한 호텔에 30분씩 정차하다가는 우린 호텔에 도착해 아침식사를 먹게 될 것이다' 라며 뼈있는 농담들을 던져대고 있었다. 나야말로 내가 예약한 아니, 예약당한 호텔의 이름마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정차할때마다 운전자 눈치만 슬슬 보고 있다가 한 호텔 앞에 정차했는데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운전수가 뒤를 돌아 'FOR YOU' 라고 말한 후에야 냉큼 내렸다.

 

 호텔 로비의 경호원과 또 호텔 로비로 들어섰을때... 난 분명 잘못 내린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30유로라고 했는데, 이 호텔은 무려(?) 4성급 호텔이다. 튀니지 북부 해안도시들은 겨울에 비수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3~5성 호텔들이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한다는 얘기는 미리 듣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호텔이 도저히 30유로일 것 같지가 않다. 난 촌티 안내고 도도하게 가격만 물어보고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셉션 매니저에게 다가가 좀전에 여행사에서 누가 전화해서 예약했을 거라고 하면서 이름을 댔는데, 명단에 없단다. 역시 잘못온게 틀림없어 ㅜ.ㅠ...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매니저가 아! 하며 자기가 전화받은 사람이란다. 난 여기 가격도 모르고 왔다고 시치미를 떼며 슬며시 가격을 물어봤다. 350TD란다. WHAT!!!!!!!!!!!!!!!!!!!!! 드라이훈데르트퓜프찌히???!! (독일어로) 하니 아니, 35TD. (드라이운트퓜프찌히) 환율로 계산해보니 28유로 정도. 욕실달린 트윈룸에 테라스까지, 그리고 아침은 뷔페. 당연히 콜!! 호텔 시설에 비해 캐저렴... 하고 체크인하고 들어간 시각은 어느덧 12시. 방은 그야말로 BRAVO!!! 계획에 없던 지출이지만, 나의 지지리궁상 여행라이프에 이런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곳에서 묵어볼까 싶어서, 오늘의 삽질은 다 잊은채 편히 잠드는 밤이었다.


NO.2 튀니지의 수도, Tu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