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1. 에티오피아로 가는 길
via 이스탄불, 샤르자, 두바이
드디어 출발하는 날, 언제부터인가 쓰잘데기 없는 짐이 줄어들고 그만큼 무게도 확 줄어들어 짐싸기의 달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몇번을 짐을 쌌다 풀었다 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에는 특히나 벌레퇴치 스프레이류가 많기도 했고, 날씨 또한 에티오피아는 20도를 밑도는 겨울에, 수단과 이집트는 40도를 웃도는 한여름이었기 때문에 옷을 어떻게 챙겨가야 할지도 막막했다. 결국 컵라면 하나를, 여름옷을, 잠옷을, 방풍자켓을 포기하고도 침낭과 목베개는 넣지도 못한채로 대롱대롱 아무데나 억지로 달고 나니 13kg가 조금 넘는 배낭이 완성(!)됐다. 당장은 좀 힘들더라도 여행 막바지에는 그 무게가 반토막이 나 있을테니 그 희망을 안고 당분간은 고생해야겠다. 모바일 체크인을 미리 해놓아서 1시간전에 공항에 도착, 짐을 부치고는 이스탄불행 치고는 (나는 이 루트를 이미 5회 정도 다녀봤다) 군데군데 휑하니 빈자리가 많이 보이는 밤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로.
[In Istanbul] 이것은 재앙이다... 여행 시작부터 느낌이 좋질 않다. 훗날 돌아보면 이때 여행을 때려쳐야(?) 했을까. 옆구리에 꽂아둔, 한국에서 공수한 무려 500ml 대용량의 살충제가 전부 쏟아져서 배낭이고 침낭이고 흠뻑 젖은채인 내 짐이 레일을 돌아 나왔다. 레인커버를 씌워두었기 때문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의 짐엔 피해없이 내 배낭만 젖었다. 14시간하고도 30분을 버텨야 하는 입국장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젖은 물건들을 말리기 위해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렇게 버티다 너무 졸린 새벽 세시반, 젖은 침낭을 덮고 잠을 청했다. 짧지만 굵게 잠을 자다가 일어나보니 손목에 있어야할 시계가 없다. 어느 간큰 도둑놈이 다른거 다 놔두고 손목에 고이 채워져 있는 시계만 훔쳐간단 말인가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바닥에 내 시계가 끈이 끊어진 채로 뒹굴고 있었다. 불길하다 불길해....뚫은지 십년이 넘은 귀에서 난데없이 고름이 흘러나오고, 머리는 지끈지끈 아파오고, 배는 너무너무 고픈데 11시쯤 아점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꾹 참고 있던 7.15 am. 잠시 약국에 살충제를 사러 다녀왔는데, 약사가 영어도 못하고 Permethrin (살충제의 독성 용어)조차 알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헛걸음.
[계속 Istanbul] 계속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막판에는 자는데 누가 자꾸 머리를 툭툭쳐서 일어나보니, 왠 아줌니가 엉덩이로 내 배낭을 슬슬 밀면서 자리확보를 시도하고 있었다. 일부러 신경질 팍팍내며내 짐을 반대편 의자로 던져버렸다. 딴데 자리도 많은데 왜 하필.. 혹시 도둑인가...? 아침이 되어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에 침낭을 말아넣고 앉은채로 열두시까지 계속 잤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레어템이 되어버린 파파이스에서 기대감 잔뜩 안고 그 싸지도 않은 치킨세트를 시켰는데, 이건 뭐... 못 먹을 맛. 꾸역꾸역 최대한 구겨넣다가 도저히 안되서 남기고 말았다.
[Sharjah] 비행기가 이륙하기도 전에 기절했었나보다. 이상야릇 진동하는 조금은 역한 냄새 때문에 깨어보니 사람들이 뭔가 시켜먹고 있었다. 밤늦게 샤르자 공항에 떨어지고 해서 나도 주문해 먹으려다 관뒀다. 유력한 용의자인 내 옆자리의 털복숭이가 내 메뉴판을 훔쳐(?) 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실 기내에서 파는건 맛없잖아.. 라며 위안 中. 늦게라고 무료 wifi에 샤워실까지 있는 두바이 공항에 도착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서 계획 실패. 공항 리무진 회사의 막차는 이미 떠났다고 했고 첫차는 8시 반이랬으므로 패스. 에어 아라비아 사무실에 갔더니 공항버스 서비느가 6월부로 종료되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첫차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판인데, 입국장은 바로 검색대가 있어 못들어가고 출국장 대합실에 자리를 잡았는데 느무느무 추웠다. 바깥은 그에 반해 새벽인데도 숨이 컥 막히는 날씨다. 버스비를 위해 10 Dhs (약 3천원) 정도만 현지돈이 필요했는데 ATM에선 최소 100 Dhs 만 뽑을 수 있다고 했고, 소액권이 없었기 때문에 20불 정도를 환전했다. 펑펑 써줄테다!! (얼마나 된다고;;) 출국장엔 침낭깔고 누울만한 장소가 없어서 꼼짝없이 뜬눈으로 지새워야했다. 춥다..춥다구... 기름나는 나라라고 에어컨 너무 빵빵한거 아님?
[Dubai 가는길] 왠일인지 계속 배가 고프지 않았기 때문에 저녁을 거르고 있다가 새벽 세시쯤 맥도날드에서 세트메뉴 하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다섯시부터 버스 정류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기다리던 111번 두바이 직행 버스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 먼저 나타난 99번 버스를 타고 Jubail 버스터미널로 갔다. 티켓을 사러 이리가라 저리가라 똥개훈련을 시켜대서 짜증 가득 품은 채로 어딘지로 모를 Deira City Centre로 가는 버스를 탔다. 출근 시간대인지, 그렇게 막히는 차는 한국에서 보고 못본 광경이라 어쩐지 놀랍기도하고 고향에 온 느낌(?)도 들었지만 공항에 늦을까봐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샤르자에서 두바이는 다행히 매우 가까웠고, Deira City Centre 또한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곳에 내려 공항가는 시내버스를 탔는데, 예전에 왔을때와 다르게 카드제로 바뀌어서 현금은 안받는다고... 가차없이 내리란다 (....) 20 Dhs 주고 버스카드를 사느니 10 Dhs 주고 택시를 타지;; 숨이 컥컥 막히는 날씨라 가까운 거리임에도 차마 걷지 못하고 택시를 잡아타고 흔쾌히 5 Dhs 팁까지 투척!! 무사히 공항에 도착했다. 잠시 공항 오피스에 끌려가 이유도 알 수 없이 한참을 앉아있다 온것 빼고는... 너무 피곤한 것 빼고는 뭐... 뭐...... 다 짜증나!!!! 어쨌든 이제 에티오피아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여행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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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자 공항 맥도날드 21 Dhs, 물 10
택시 15, 샤르자 공항 - 버스터미널 5 - 두바이 7 = 58 D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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