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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vel Diary (완결)/14' 부산/대마도

[일본] 대마도 당일치기 3. 대마도 이즈하라

대마도 Story 3. 이즈하라


2014년 8월 30일 토요일
부산의 아침

 어마어마 길고 어두침침하고 인적없는 중앙역 지하도. 그곳에서 안산에서 야간버스를 타고온 신데지를 만났다. 달리 갈 곳도 없었고, 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어서 출출한 상태여서 신데지가 검색해온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맛이 없다. 표정을 보아하니 신데지도 같은 생각인듯 하다.




 밥을 억지로 쑤셔넣다시피 하고 나왔지만 아직 부산항 사전미팅 시간까지는 두시간 여 남았다. 새벽거리를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을때 나타난 방역차 (소독차, 일명 방구차)가 골목골목에 연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이후로는 처음보는 방구차가 신기해 카메라를 들이대자, 센스 넘치는 아저씨께서 브이까지 해보여 주셨다. 그러고 있는 사이 몰려오는 연기를 피해 다른쪽으로 피하려 했으나, 미처 피신하지 못하고 반대쪽에서도 밀려오는 지독한 연기구름 속에 완전히 갇혀버렸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불이 나서 복도를 타고 빠르게 밀려오던 시커면 연기구름을 보고 탈출(?)하던 추억이 문득 떠오르며, 눈코입을 막고 한참을 연기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렸다.








출발 그리고
사라진 신데지

  아침 일찍 문을 연 별다방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가 8시 30분 미팅시간에 맞춰 부산항으로 갔다. 탑승수속을 하고 주의사항을 듣고.. 꼴에 해외여행이라고 면세점에서 면세품까지 찾은 후 페리에 올랐다. 불과 얼마전 세월호 사건이 있었던 터라 우리는 탈출구와 구명조끼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지만, 지정석인줄 몰랐던 우리는 곧 제자리로 쫓겨가야 했다. 가뜩이나 대마도에서의 시간이 많지 않은데, 날씨가 좋지 않고 파도가 세서 두시간 정도 늦게 도착할 것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미리 예고한 대로 배는 마치 놀이기구 마냥 파도에 맞춰 출렁대기 시작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는 나는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간헐적으로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던 나는 무언가 불길함에 눈을 떴다. 한시간 전에 화장실 간다며 나를 깨운 신데지가 한시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갑판으로 나갈 수도 없고 2층도 막혀있는 밀실(?)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신데지. 하필이면 최근에 본 '공모자들'이라는 영화가 스쳐지나가는 건 왜일까. (페리로 여행을 가던 부부 중 부인이 배 안에서 사라지고, 알고보니 장기밀매업자에게 납치되었다는 내용) 혹은 체구가 작은 신데지가 푸세식 화장실에 빠져버린 건 아닐까 머릿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지나갔다. 넓지도 않은 배를 계속 돌아다니다가 몇번 확인했던 화장실로 다시 가서 신데지를 소리쳐 불렀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 가운데.. 한 아주머니께서 "젊은 아가씨 저쪽 끝에 들어가 있어"라며 맨 구석에 있는 문앞으로 가서 문을 두드려보니 신데지가... 퀭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배멀미에 심하게 시달리는 와중에 화장실을 벗어나면 또 울렁거리고 해서 그 안에 콕 박혀 있었다는 것이다;; 좁디좁은 화장실 공기가 답답해서 오히려 내가 구토가 밀려올 것 같아서 자리로 끌고왔다. 우리 여행의 향방은 과연.........



이즈하라...

  어쨌든 예정시간보다 두시간여 늦게 목적지인 이즈하라에 도착했다. 뭔가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 기대하지도 않았고, 다만 일본의 분위기 정도 느껴보고 싶었던 것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즈하라는 아주 실망이다. 주말이라 그런건지 동네는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으며, 온통 문닫은 가게들 또한 그 동네가 사람 사는 동네인지, 여행명소로 만든 동네인지 구분이 안갈 정도였다. 그나마 맛있는 거라도 먹고자 하던 계획조차 여의치 않았다. 식당들은 온통 문을 닫은 데다가, 신데지가 멀미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못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나는 너무 배고파서 뭐라도 먹어야 했기에 가장 사람많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모스버거' 집으로 들어갔고, 신데지는 어슬러 샐러드라도 억지로 먹게 했다. 일본까지 와서 햄버거라니...
 엉엉

어째 죄다 한국사람들



일본 여중생들~


아.. 왜 부끄럽지...


 점심을 때우고 동네와 신사를 둘러보는 것은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보다 우리는 그저 '먹기 위해' 환전해온 돈을 어떻게 다 써버리고 갈까를 고민하다가 사람들이 가장 바글바글한 곳, 면세상점에서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 '이건 꼭 먹어봐야 해!' 라던 복숭아 맥주 외 돈을 써버리기 위해 아무거나 막 주워담는 와중에 나는 헬로키티 손목시계를 건졌고 (이번 대마도 행에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었다), 신데지는 스타킹과 엄마와 남친 (지금은 남편이 된)의 선물로 이쑤시개 '따위'를 챙겼다. 그래도 남은 돈을 처치(?)하지 못하고 마지막으로 전통과자인 카스마키집에 들어갔으나 '방금 사간게 마지막이었어요'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고, 그나마 이즈하라항 터미널 편의점에서 과자와 카스마키 등을 사며 엔화를 다 써버렸다. 어찌보면 흥청망청 쓴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실제로 우리가 환전한 돈은 둘이 합쳐 십만원 정도였다;;




하치만구신사



물 마시는 법 설명마저 오타쿠 같아;


방사능 물이라 아무도 안마시는 건가..



나홀로 왕따놀이.JPG




오 조선통신사의 흔적










그렇게 짧은 이즈하라 여행...? 방문...?을 끝...내기 전에 우리는 약국에 가서 배멀미 약을 사먹었다. "shipsick shipsick 오엑오엑" 바디랭귀지로 멀미약을 득템한 우리는 그 자리에서 '그 효과 좋다는' 약을 원샷했고, 그 덕인지 오는 길엔 멀미를 하지 않았다. 다만 돌아오는 배도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부산항에 도착했고, 그 때문에 나는 20:20분에 있었던 남양주행 마지막 버스를 놓쳐버렸다. 같이 부산역으로 간 우리는 각자 행선지로 기차표를 끊고 (신데지는 안산으로, 나는 용산으로) 돼지국밥과 씨앗호떡으로 마지막 부산에서의 저녁을 마쳤다. 그리고 나는... 야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는 후문.



부산역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