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카미노를 결심한 것은 2007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로코에 꽂혀 돌연 계획을 변경했다. 모로코를 다녀온 후 카미노를 갈걸 하고 심하게 후회했다. 다시 카미노를 결심한 것은 2008년 여름. 꽉 막힌 엄마가 그랬다. "너 그렇게 혼자 걷다가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하니!! 차라리 한국을 와!!! 너 거기 가기만 해봐..." 그래서 한국엘 갔다. 또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비행기표도 질러버렸다. 나는 왜 이렇게 카미노를 걷고 싶어하는 걸까. 잘 모르는 사람들 말로는 "왜 그 생고생을 사서 하려는 거냐"고 한다. 나도 그 길을 잘 모른다. 하지만......................
짧은 오순절 휴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찾는다는 프랑스길은 애초에 접었다. (더군다나 올해-2010년-의 카미노길은 7월 25일 성스러운 일요일을 전후해서 미어터질 예정이라 한다) 중간부터 걷고 싶은 마음도 없다. 꼭 처음(생장)부터 끝까지(산티아고) 걸어야 한다는 근거없는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포르투갈 길을 완주하는 것이다. 800km나 되는 프랑스길에 비해 짧은 240km 정도의 구간으로, 전 순례자의 8% 정도만이 걷는다는 길이다. 정보도 그닥 많지 않은데, 사실상 그리 많은 정보는 필요하지 않을듯 하다. 필요한 정보는... 이미 다 모았다!!!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와 같은 뉘앙스...) 그렇게 5월 19일부터 5월 29일까지 11일간 포르투갈길, Caminho Portugues를 걷게 되었다. 날짜가 빠듯해서 첫날부터 열심히 걸어보기로 계획을 했다. 포르투갈길의 시작점인 Porto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쉬고 다음날부터 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뭐 언제고 다시 갈일이 있겠지 싶다.
<맨 왼쪽의 연두색길이 포르투갈길.
스페인 쪽만 나와있는데,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스페인에서 끝나는 여정>
그런데 이 길을 준비하는 데는.......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물론 특별한 장비없이, 슬리퍼에 순례자복장 바람으로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나는 체력부터 저질이고, 조금만 걸어도 발에 물집 엄청 잘 잡히는데다가, 하이힐의 영향인지 나이들어 그런지 발목과 무릎에 고질적인 통증, 다녀온 사람들이 적어도 신발과 배낭은 좋은 걸 써야한다고들 입모아 얘기했고, 자잘자잘한 준비를 하다보니.... 내 지갑에 구멍뚫렸나... 내 돈 다 어디갔어 ㅜ.ㅡ
<준비물 점검> 붉은색은 다녀온 후 코멘트
1. 여권 (사본 및 사진 - 분실대비. 여지껏 여행다니면서 한번도 챙겨본 적 없다;;)
2. 항공권 : Stuttgart-London-Porto (싸게 가려고 굳이 런던 경유) 약 37유로, Germanwings + Ryanair
Santiago de Compostela-Zurich 58.50유로 Vuelling
Zurich-Reutlingen (기차로 집으로 숑숑) 19유로
돈 아끼겠다고 수화물 체크 안했으나 산티아고에서는 (순례자가 많아서인가?)
무료로 해주겠다고함.
3. 배낭 : Vaude 40+5L짜리. 무게는 8kg 이하로 만들 것!! 3년전 카미노를 생각하며 사두었지만,
카미노를 제외한 수많은 여행을 나와 함께한 나의 동지
4. 침낭 : 코피 터지게 고민했다. 역시 나와 여행사를 함께한, 사막에서도 날 사우나 하게 만들었던
1.5kg 짜리 침낭을 가져가느냐... 결국 '가방은 무조건 가볍게'라는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800g 짜리 꼬마침낭을 질러버렸다. (약 30유로)
위생 문제(+베드벅스)도 그렇고 5월인데도 쌀쌀한 날도 있어서 침낭은 필수.
5. 경등산화와 양말 : 이 길을 걷는데 무엇보다 중요한게 신발(과 양말) 아닐까 싶다.
몇백 킬로나 되는 길을 탈나지 않게 걸으려면, 투자와 준비는 필수일듯.
여러가지를 놓고 고민한 결고 독일의 명품 등산화(?)메이커 라는 Meindl 선택.
기능만 보기엔 비싸고 디자인도 구려서, 색상과 모양 감안하여 100유로 대로.
몇번 신어봤는데 아직 길이 안들어 잘 모르겠지만.. 갈때쯤은 발에 딱 붙기를
양말 또한 물집을 예방하려면 좋은 것이 필수이므로, 일단 발가락 양말과
쿨맥스 등산양말을 준비했다. 거기다 발목 보호대까지. (내 발목은 즈질이니까)
이래저래 돈이 술술 새고 있다...........
양말과 기능성 깔창 생각해서 약간 큰 신발을 샀던 것이 실수.
나는 끝까지 발가락 양말을 고수했는데 (발가락 사이사이 스치며 물집이 잘 생겨서)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절대 신지 말라고 만류했다. 발에 땀이 많은 타입이면 피하길.
발목 보호대는 며칠 쓰다가 피가 안통해서인지 다리 전체에 두드러기가 일어나서
약국 신세를 져야했다. 그 길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6. 여행자료, 책 혹은 Referat 자료 (가서 과제라도 할 요량;;;) 넷북을 가져가야 할지 고민 중.
일단 짐 꾸려보고 무게를 본 후에 결정하기로.
안가져가길 다행. 딴거 할 시간 없음;
7. 현금, 체크카드 : 있는대로 긁어 모아봐야 겠음.
8. 세면도구 : 샴푸, 비누, 치약, 칫솔, 수건1, 스포츠타올1, 빗. 샴푸는 휴대용 75ml짜리로 2개.
9. 화장품 (응?), 썬크림, 모자, 썬글라스 : 원래도 잘 안하는 화장을 거기가서 하겠다는 건 아니고
로션, 수분크림, 립밤 정도 (BB도? -_-;;), 썬크림 바르는거 귀찮지만.. 늙어가는 피부 보호좀;;
10. 옷, 속옷 : 아직 결정 전이지만, 입고가는 옷까지 2~3벌 정도로 돌려입으면 되지 않을까.
많은 이들의 추천에 따라 방풍방수자켓 (H2O, 약 55유로)까지 준비.
대신 판초우비를 따로 사지 않고 사은품으로 받은 싸구려 비닐우비를 가져가기로!!
대~박~실~수! 옷은 걷다보니 1~2벌을 매일 빨아 돌려입게 됨. 많이 가져갈 필요 없는듯.
비닐우비는 비가 내림과 동시에 찢어졌고, 판초우비 준비하지 않은 것을 내내 후회.
내 방풍방수자켓은 왼쪽만 기능하고 오른쪽은 쫄딱 젖었다. 미리 기능확인 (....)
11. 카메라, 휴대폰, MP3 (폴라로이드는 아직 고민중) + 각 충전기, 다이어리+펜 - 모두 내 생명과 같은 놈들
카메라? 잘 안꺼내게 되지만 어쨌든 사용은 하니까. mp3는 언제나 외출시에 들고 다니는 건데,
힘드니까 음악이고 뭐고 다 짜증나서 안듣게 되더라는 (...) 다이어리는 그날그날 유용하게 기록했음.
12. 그 밖에 : 비상약 (두통약, 파스, 연고, 반창고, 베드벅스 약 정도. Compeed도 구매 완료!)
비닐봉지, 휴지, 여성용품, (랜턴-필수), 비상식량 (응? 유용), 손톱깎기, 옷핀
머리끈, (수저-유용)
*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줄일게 없어 보이지만, 짐 한번 싸보고 다시 한번 체크할 것!!
결론 : 내 배낭의 최종무게가 7kg에서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는데, 배낭은 무조건 가볍게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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