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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ding Story

결혼준비 Step 5. 신혼여행지 정하기

 누군가 나에게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난 지체없이 말했다. 네팔.

신혼여행은 편히 쉬...기는 개뿔! 같이 고생도 하고! 새로운 문화도 접해보고! 히말라야도 오르고! 응....?

남들 다 가는 신혼여행은 싫단 말이야 징징!! 하지만 이것은 네팔 지진 전 얘기일 뿐.




 그 뒤로는 같은 질문에 대답만 변했다. 몽골 & 티벳.

드넓은 초원과 평야, 바람에 내 몸을 맡긴채 말을 타고 달리는 몽골인, 아니 한국인의 기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티벳에서 나의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거야. (얘기가 자꾸 이상해지는데...)

그런데 이 또한 불발. 신혼여행지에 계절을 맞춰보려 용을 썼지만, 어른들의 얘기와 예식장 잔여 타임을 무시할 수 없었던 바, 10월로 결정되어버린 나의 결혼식. 그리고 10월의 몽골은...... 매우 춥다.

안녕.... 나의 꿈 같던 계획 ㅡㅜ.....





 그래. 역시 신혼여행은 신혼여행다워야 한다는 것이 주변의 의견이었다. 여행을 주로 혼자 다니거나 여행지에서 만난 잘 모르는 사람들과 다녀서 몰랐던 건지, 지난달 일개미씨와 여행을 갔을때 깨달은바, 나는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을 일개미씨에게 분출하는 타입이었다 (사소하게도 오르막이 길다던가!!) 신혼여행 가서 싸우긴 싫어!! 그래서 결국 휴양지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누리며 푹~~~~~ 쉬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갈 수 있는 동남아쪽은 제외하고, 또 내가 가보지 않은 대륙쪽으로 시선이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꽂히게 된 곳이 바로 멕시코 칸쿤. 사실 나는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지중해, 발트해, 홍해, 흑해, 아드리아해, 에게해... 등 웬만한 바다는 다 가봤네;; 평소에 노래를 부르던 남미!는 '둘이 갔다가 하나만 돌아올 수도 있다. 혹은 둘다 못 올지도...' 라는 동생의 협박 아닌 충고에 잠시 접어두고, 마침 일개미씨에게 가고 싶은 곳을 물었을때 라스베가스...? 라고 했기 때문에 많이 가는 루트, 칸쿤+라스베가스로 자연스럽게 정해졌던 것이다.



 어째 일이 쉽게 풀린다 했다. 나와 같은 여행병자 (우린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동생을 섭외해서 항공권을 미친듯이 알아보고 있을때,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난관에 부딪혔다. 그것은 바로... 나는 미국에 갈 수 없는 몸이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는 것은 좀 오바고, 전자여권으로 미국에 갈때 비자면제프로그램을 미리 신청해서 가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일 거구... 난 이 프로그램의 신청자격조차 없었다.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에 방문한 기록이 있을 경우에는 이 프로그램의 적용을 받을 수 없다는... 시리아는 2007년에 갔으니 제외하더라도 2011년 이란, 2012년에 수단을 여행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영사 인터뷰를 통해 정식 비자를 신청하는 방법. 여기서 고민. 항공권에서 만원, 이만원이라도 아껴보려고 손품을 그렇게나 팔았는데 비자피만 160불. 거기에다 나는 소득증명이 불가능한 프리랜서 미혼여성인데, 이 경우 불법체류 때문에 비자가 리젝될 확률이 매우 크다. 비자가 한번 리젝될 경우, 추후 미국입국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데... 에이씨 미국 안가!!! 드럽고 치사하다 퉤퉤퉤!!!!!


 그렇게 미국을 제외하고 칸쿤에 올인하려고 했는데... 칸쿤에 가려면 미국을 경유해야하고, 이 망할 놈의 미국은 공항을 경유만 해도 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하네? 나 참... 있는 놈이 더하다고 진짜 징한 나라다. 그렇게 캐나다를 경유한 입국 루트를 찾다가 얼떨결에 최종 여행지가 쿠바+칸쿤이 되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고생도 하고, 일개미씨가 좋아하는 휴양도 하고 일석이조다. 좋다 좋아. 쿠바는 이제 막 개방이 시작되어서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타고 있다. 아마... 불과 몇년 뒤의 쿠바는 지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개발도상국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하니 얼른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 쿠바와 미국의 사이도 좋아지면서 마이애미-하바나간 크루즈도 5월 1일날 출항을 시작했다.. 라고 하니 쿠바 방문했다고 나중에 미국 못가는 일은 없겠지 ㅠㅠ... 게다가 쿠바에선 바닷가재를 단돈 1~2만원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며? 하앍하앍!! 여튼 그렇게 결정된 나의 신혼 여행 루트.


 토론토-쿠바-칸쿤-토론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