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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강릉] 새해맞이 정동진 해돋이

퍄니수뚜 2016. 1. 15. 15:27

 간열차 타고 정동진 해돋이


2016년 1월 2일 토요일
티켓 전쟁


 정동진이라... 정동진 해돋이는 대학시절에나 가봤었고, 또 요즘은 정동진 다 죽었다(?)고들 얘기했지만, 그래도 해돋이는 정동진이라는 생각에 동행님께 한달전부터 야간열차 티켓팅을 당부해놨건만, 새해 보름전 들은 비보는 전석 매진. 두둥...

 그렇게 포기하고 있다가 이틀 전, 갑자기 무슨 오기가 생겼는지 코레일 어플을 켜고 새로고침 신공을 펼치기 시작했다. 야간열차는 밤 10시 경, 11시 반 두 편이었는데, 새벽의 정동진은 (게다가 춥기까지 하다) 할 일도, 갈데도 없는지라 한시간이라도 늦게 도착하는게 좋을 터였다. 그렇게 어플을 켰다껐다 (왜 이러고 있었는지 지금도 모를 일이다. 엄청 심심하고 한가했던가?) 하다가 10시차에 자리가 나서 일단 예매부터 했다. 당일 취소는 수수료가 없으므로 일단 예약부터 막 걸어놓고, 실수로 1장만 클릭해서 예매를 취소하는 둥 시행착오를 겪다가 10시 티켓을 겟 해놓고 동행 K 에게 통보를 날렸다. 사실 1일도 아닌 2일에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지만 1일에는 가족들과 속초 해돋이 (연례행사 같은)가 계획되어 있었으므로.
 
 그렇게 예매를 해놓고도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침대에 누워 로봇 마냥 새로고침을 주기적으로 눌러주다가 밤 12시 직전에 11시 반 열차의 취소좌석을 찾는데 성공!!!! 이것은 나의 집착과 오기의 승리였다;;;; 그리고 바로 돌아오는 티켓을 알아보는데.... 돌아오는게 문제다. 다섯시간을 서서 올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밤기차를 이틀 연속 타기도 좀 글코.... 근데 왜 기차만 있다고 생각했을까. 버스가 더 편하고 좋은데!! 바로 고속버스를 검색해서 우등버스로 두 자리 예매! 뭔가 일이 잘 풀리는 느낌적 느낌. 나는 외가가 강릉이라 강릉은 수도 없이 가봤기 때문에 관광 따위는 포기하고 (그리고 강릉 처음 가보는 동행 K 따위도 배려하지 않는 녀자) 해돋이 후 밥 먹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


속초 일출 때문에 새벽 4시에 출발했어야 하는 나는 새벽 두시까지도 이유없이 검색을 계속하다가 결국 새벽 두시, 일반실 티켓을 특실로 바꾸고서야 잠들었다는 후문. (무궁화호의 특실은 구 새마을호의 한 량을 사용한 것으로, 좌석이 좀 더 넓고 다리받침도 있고 입석도 불가능하고 에또~
 



  그렇게 K와 청량리에서 만나 기차 탑승 후 바로 둘다 기절, '이 열차는 곧 정동진 역에 도착합니다' 라는 방송을 듣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오늘 일출 예정 시각이 7시 20분이니 3시간을 어디선가 버텨야 한다. 숙소를 잡을까 생각도 했었지만 하루 전에 구할 수 있는 곳도 없었을 뿐더러 고거 몇시간 쉬겠다고 몇만원 날리는게 아깝기도 했다. 누군가의 블로그에 따르면, 기차에서 내려서 무조건 24시간 오픈하는 카페로 뛰어서 자리를 잡는게 상책이라고 했지만, 10시 기차를 탄 사람들이 이미 점거하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슬렁슬렁 내려 정동진 역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았다. 정동진역 근처에 예전에도 이리 썰렁하고 아무것도 없었던가...? 문을 연 카페 세곳 (정보에 의하면 한곳이었지만)은 당연하게도 자리가 없었고, 단체로 온 어른들은 주로 횟집으로 가는 듯 했으나 새벽 4시에 식사라니. 대합실은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렇다고 밖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수도 없고. 남은 후보지는 역 앞 휴게식당과 길가의 포장마차. 우린 식당으로 향했고, 우동 하나와 유자차 두 잔을 시켜놓고 최대한 뻐띵겨보자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최대한 천천히 먹고 천천히 마시며 약간 노곤해져서 잠이 올랑 말랑, 다른 사람들처럼 식탁에 누워서 잠이나 자볼까... 하던 순간!! 갑자기 주인인 듯한 아줌마가 큰 소리로, "지금 주무시는 분들 다 일어나 주세요. 제가 마지막 주문 받은게 한참 전이니 거의 다 음식 드셨을 것 같은데, 곧 다음 열차가 두 대나 더 들어오니 다 드신 분들은 나가주세요! 오늘이 주말이라 손님도 많고, 저희도 장사를 해야 해서요!" 하는 것이었다. 황당하기도 한데 이해가 되기도 하고... 그렇게 K와 눈치를 보며 다 식어버린 유자차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아줌마가 같은 내용을 또 한번 외쳤다. 솔직히 분위기 상 꼭 나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고, 나가는 사람들 반, 음료수든 뭐든 더 주문 하는 사람들 반이었던 것 같은데 우린 그냥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내 후회했다. 아무리 둘러봐도 갈 곳은 없고.... 결국은 대합실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목격자 K의 말로는 앉은채로 침까지 흘리며 자더라고 했지만;;)




 그렇게 7시가 되어 바깥으로 나가보았다. 해변을 거니는 사람들도 있고 등불을 띄우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저 추워서 빨리 해나 떴으면 2일은 해가 안뜰 것 같다던 엄마 말대로 구름이 잔뜩 낀 날씨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출 예정시각인 20분이 되자 정확하게 해가 뜨더니 이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아마도 날이 흐려서 해돋이를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자 추우니 그냥 가자고 하던 K도 우와~ 를 남발하며 좋아라 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해돋이가 지나가고.... 강릉 시내로 나가는 시내버스 시간에 맞춰 정류장으로 갔다. 정동진.... 다시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진짜 많이 죽었구나..... 그렇게 버스를 타고 약 30여분을 달려 강릉으로 향했다. K가 좋아하는 꼬막이 쥑인다는 집을 미리 알아놓고 온 터였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라 문이 안열었다... 9시에 문여는 집이 몇 집이나 있을까 하면서 동부시장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그냥 두말없이 연 집으로 들어갔다. 보기에 허름해보이고 그저 그런 식당 같았는데, 누가 맛집이라고 해놓은 포스팅도 있다, (딱 한명;;) 처음 들어보는 '돼지 물갈비'라는 것을 시켜보았다. 이게 뭐냐고 물어보니 아주머니도 아주 맛있다고 강추하기도 했고, 또 나름 여기까지 와서 새로운 것 먹어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나온 물갈비 짜잔!!!





 마... 마.... 맛있잖아!!! 쌈장도 직접 담그신 거라는데 맛있어! (이름이.. 행복한 식당이었던가..) 아침이라 국물 있으면 좋겠다고 하니, 배춧국 같은 것도 따로 주시고! 그렇게 완전 만족스러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강릉고속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곳도 대학교때 강원도 무전여행할때 와봤던 곳인데.... 기억이 날랑말랑. 터미널 오락실에서 뾰뵹도 하고 카페에서 졸다가 무사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