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vel Diary /10' Tunisia

[튀니지] 5. 여행 4일차 : Le Kef

퍄니수뚜 2014. 5. 28. 07:07

Story 5. 한류의 힘?

- 튀니지안 가정에 초대받다 -


2010년 12월 18일 토요일
여행 사상
가장 추운 밤


 뼈에 스며드는 추위에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났다. 간밤에 추위 때문에 몇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깨서 다시 잠들기는 너무 힘들었고, 시간은 죽어라 안갔다. 결국 다른 침대의 이불들을 가져와 몇겹으로 덮고 나서야 겨우 잘 수 있었다. 무릎이 거의 턱에 닿도록 잔뜩 웅크리고 잤더니 온몸이 삐그덕삐그덕. 그 춥다던 사막의 밤에서도 따뜻하게 잤던 나로서는 이 날 밤은 여행 최대 악몽의 밤으로 기억될 것이다. 7시 30분~8시 30분까지만 온수가 나온다고 했으므로 일단 샤워부터 해야했다. 우려와는 달리 hot... 하진 않고 미지근한 물이 나오긴 했지만 말 그대로 쫄쫄... 아쉬운대로 힘겹게 쭈그려앉아 머리만 겨우 감고, 정말 하찮은 아침식사 (딱딱한 바게트빵, 잼, 버터, 차, 커피)로 밤새 꼬르륵거리던 배에 기별은 가게 해준 다음 Northern Bus Station을 찾아 삼만리.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출발 정류장이 다르다는거!)

투숙객 수에 비해 지나치게 큰 유스호스텔 식당. 아마도 어제처럼 시끄러운 파티를 위한 용도로 자주 쓰이지 않을까.




 예상보다 많이 걸어야 했지만 다행히 길은 한번에 찾았다. 터미널 앞에는 Louage들이 셀수없이 많이 서 있고, 그 앞에는 드라이버들이 자신의 행선지를 외쳐대고 있었으며, 나는 초반부터 험한 경험 (바가지, 낑겨가기 등)을 하고 싶지 않아서 생각보다 깔끔한 터미널로 들어가서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탑승까지 45분. 그렇게 Le Kef로 가는 버스 안에서 나는 잊지못할 인연을 만나는데... (물론 자리 많~은데 내 옆에 붙어앉아있던 그 청년을 말하는 건 아니다) 사실 이때를 떠올리면 아무것도 없는 Le Kef에 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Northern Bus Staion. 북서쪽으로 가는 버스들이 주로 다님. 행선지를 쉬지않고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루아지 기사님들 대단해요;

Le Kef에서 만난 소녀들

 
 내릴때쯤이 거의 다 되어 맨 뒷쪽에 앉아있던 대학생쯤 되어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갑자기 내 맞은편으로 와서 앉더니 어디서 왔냐 묻는다. Korea라고 했더니 Oh my god을 연발하며 기쁨을 주체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와 특히 자기 동생은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몇마디 나누다보니 벌써 도착. 내려서 사진 한장 찍어도 되냐기에 선뜻 그러라고 했더니 사진이나 찍힐까 싶은 구식폰을 꺼내 찰칵! 그대로 돌아서서 갈 길 가려는 나를 붙잡으며 자기네 집으로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매력적인 제안이긴 했지만 초면에 민폐끼치기도 싫고 해서 극구 사양했더니, 그럼 잠깐만 기다리라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흥분된 목소리로 코리아가 어쩌구 저쩌고 했다. 그러더니 10분이면 자기 여동생이 나올테니 제발 기다려 달란다. 여동생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한국에 대한 얘기를 했다. 튀니지엔 (독일에도 안나오는) 한국방송이 나오기 때문에 여러가지를 알고 있었는데, '우리 결혼했어요'나 아는 아이돌들 얘기를 모조리 꺼내며 신나했다. 곧 그녀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왔다. 여동생은 나와 인사하고는 곧 언니처럼 자기 집으로 가자고 막 조르는 것이었다. 대략난감. 곰곰히 생각하던 나는 호텔에 짐을 풀고 메디나를 좀 둘러본 후 여섯시쯤 다시 돌아오겠다는 딜(?)을 제시했고, 이 자매는 도통 "그러고는 돌아오지 않을꺼지?"라며 날 못믿는 눈초리다. I'm sure, i promise를 몇번이고 다짐받은 후에야 나는 겨우 메디나로 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왜 택시를 타고 가지 않냐며 의아해하던 그 가족의 눈빛을 이해한 건... 잠시 후였다.

 

 버스터미널에서 메디나까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이었다. 그냥 경사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면 등반이다. Le Kef가 튀니지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도시라는 사실을 안건 먼 미래의 일. 도중에 독일에서 일하는게 꿈이어서 독일어를 배우고 있다는 청년을 만나 다행히 길은 한번에 찾았지만, 도착했을땐 완전 녹초가 되어 왜 택시를 안탔는지 후회 또 후회했다. (이래서 사전정보가 중요한거다) 론리에서 봐둔 저렴한 숙소를 단번에 찾아서 "난 저곳에서 묵을꺼야"라고 하니 그 청년이 되려 말린다. 꾸진 숙소라고 다른데로 가라고 한다. "꾸진줄 알고 있어. 하지만 난 그지 여행자거든"

 

 호텔 리셉션 청년을 따라 들어간 그곳은... 뭐 전형적인... 아랍스러운... 지저분한... 그런 곳이지 뭐. 방은 그렇다 치고 지린내가 진동하는 화장실만은 때려죽여도 쓸수 없겠다고 생각했고, 온수도 안나오니 옆에 있는 함맘을 이용하란다. 창문없이 막힌 방은 단돈 10TD, 테라스가 딸린 방은 12TD다. 테라스가 달린 방으로 해놓고 바로 후회되었다. 밤에 또 찬바람이 쌩쌩 불어오면 어쩐다... 게다가 또 다른 단점이 있었으니......... 두둥!!


Hotel Lasounce. 샤워실..은 아니고 씻을 수 있는 공간이 딸려 있지만 물은 세면대 밖에 나오지 않음. 샤워부스는 화장실 대용으로 사용했다는 (...) 정말 나처럼 '호텔은 잠만자는 곳' 혹은 '비바람만 피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절대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곳.


 어느덧 시간이 벌써 4시 반. 늦은만큼 얼른 카스바로 구경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리셉션에는 (아마도) 눈이 안보이는 듯한 노인이 누운채로 나에게 이것저것 (청년을 통해) 물어보며 뭐 도와줄 것이 없냐고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신 분 같은데... 어쩐지 마음이 짠하다. 잠시 뭐 이런저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후 얼른 서둘렀다.


  그러나 또다시 닥친 시련. 그곳에부터 또다시 이어지는 '오르막'과 짖궂은 '동네청년'들은 나를 힘들게 했고, 바로 눈앞에 보이는 카스바도 시간 상 올라갈 수 없다고 생각, 급히 하산(?)을 결정했다. 마을을 돌아돌아 산책하며 내려가는 중에 갑자기 히잡을 쓴 (튀니지에선 드문) 여자애가 다가와 수줍게 말을 걸더니 당돌하게 "내가 니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하며 전화번호를 물어온다. "나 여기사람 아니야. 너 국제전화 해야 하는데?" 하니, "나 미국에도 친구 있어" 하며 눈을 반짝이기에, 여인네들에겐 무방비한 나, 전화번호를 불러주고 말았다. (그 후로 거의 한달은 테러 수준으로 전화가 울려대었다는 후문)


정처없이 걷는 중



튀니지안 가족

  다시 버스터미널로 가는 길, 나는 또다시 길을 잃고 말았다. 게다가 이미 어둑어둑해져서 앞도 잘 안보일 지경이다. 전기가 부족한 나라인지 왜이리 가로등이 없는 건지. 게다가 묻는 족족 왜 그리 길을 모르는지 대여섯명에게 물어물어서 겨우 찾아갔고, 그들은 혹시나 내가 오지 않을까봐 조마조마한지 계속해서 문자질을 해댔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을 한참을 넘겨서야 버스터미널까지 찾아갈 수 있었고, 두 자매와 엄마 모두 터미널에 나와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집은 거기서도 한~참을 걸어가야했고, 난 힘든 티도 못내고 그들의 호기심 그득한듯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모두 대답해주어야 했다. 역시나 가로등 없는 길. 이거 뭐 밤길 무서워서 돌아댕기질 못하겠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저 Problem이라며 '너무 비싸서'라는게 이유 아니겠냔다.

 

 그렇게 도착한 그들의 집에는 오빠가 대문앞에 마중나와있고, 아부지는 '아부지답게' 거실에 앉아 날 맞아 주었다. 곧이어 온가족의 질문세례가 쏟아졌고, 언니 Nahed는 부족한 영어로 통역하느라 바빴다. 마침 Korea TV 채널에서는 드라마 '찬란한 유산'이 방영되고 있었다. 자매는 이 드라마로 이 드라마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할머니'를 배웠단다. 동생 Jihen은 들으면서 받아적은 한국어 공부 노트와 영어수업시간에 과제로 제출했던 '나의 꿈'을 보여주었다. 거기엔 한국에 가는 것과 한국인을 만나는 게 꿈이라고 적혀있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득그득 보였고, 오늘 그 꿈 중 하나를 이뤘다며 웃음이 떠나지 않는 Jihen을 보며 Nahed는 Jihen과 가족에게 오늘이 자기의 happiest day라며, 누차 내게 초대에 응해준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돌 노래 잔뜩 들어있는 내 mp3 부여잡고 이것저것 들어보는 Jihen. 컴퓨터로 옮겨주겠다고 했지만... 없다고;; 쓰고있던 모자를 벗는 날 보고 "와 진짜 한국사람이네~" 하던 오빠 하잇사 (정말 재밌는 오라버니라던), 군인이셨다는 아버지 (어쩐지 Nahed가 '엄하다'고 강조했던), 정말 전형적인 아랍 어머니상 같은 마마. 튀니지 대학에서 공부하는 Nahed. 내 나이를 듣고는 '거짓말~~' 이라며 절대 믿지 않던 '고마운' 사람들. -_-;;;

 

 미리 준비해둔 듯한 저녁 (하리사 소스로 만든 스파게티, 샐러드, 감자튀김, 파프리카 절임, 빵, 토마토)를 먹고, 또한 specail coffee (귀한 손님에게만 내온다는)를 마시면서 정말 많은 얘길 나누었다. 나의 센스로 몇번 가족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했고, 수저는 어른 먼저 드는게 한국의 예의라며 어머님 아버님 드실때까지 기다렸더니 왠지 감동(?)받은 눈치. 마지막으로 자매의 방으로 가서 기념촬영을 했다. 자고 가길 원했지만 짐도 이미 호텔에 있고 해서 이만 빠빠이 하기로. 언제 준비했는지 Nahed와 Jihen은 부디 자기들을 잊지 말라며 선물을 줬고, 중간에 잠시 사라졌던 Jihen은 둘둘 말린 두루마리 쪽지 같은걸 전해준다. 열어보려고 하니 부끄러운듯 나중에 보란다.


깜깜해서 무섭기 그지없는 엘케프의 밤거리

소중한 선물들. 여행 내내 깨질까봐 조마조마 해야 했지만~


 자 매와 오빠의 배웅을 받으며 택시를 잡아 탔다. 혹시나 바가지나 쓰지 않을까 택시 기사에게 신신당부를 해준다. 택시에서 내리면서부터 자꾸 누가 계속 날 부르며 따라오길래 "No!!!" 를 외치며 호텔, 그리고 방으로 뛰어들어갔는데.. 맙소사. 발코니 쪽을 보니 1층에 있는 그놈이 2층의 내 방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고보니 2층이라고 해도 손쉽게 올라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공포감에 휩싸였다. 문을 꼭 닫고 커튼을 쳐두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이 부실한 문이다. 그래서 밤새 침대 옆 손이 잘 닿는 곳에 유일한 무기인 쪽가위를 숨겨두었다. (...) 그제서야 Jihen이 건네준 쪽지를 펴보고는 왕 감동!! 자기가 오늘 얼마나 기뻤는지, 제발 우리를 잊지 말라는 둥 서툰 영어와 한국어로 감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까 헤어지기 전에도 계속 잊지 말아달라고, 계속 연락하자고, 약속해달라고 하던 자매들.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차디찬 방에서 잠을 청해본다.... 택시에 장갑을 놓고 내린걸 알게 된 것은 그 다음날. 그러고보니 튀니스의 유스호스텔 2층 침대 위에 귀걸이를 놓고 온 생각도 나는구나....


호스텔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


버스 (Tunis-Le Kef) 10.080, 택시 1

Hotel la Source 12
콜라 0.700                                                                = 23.780 / 누계 119.070


Story NO.6 Le Ke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