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4. 여행 3일차 : Cartage
Story 4. 역사의 중심에 서다
카르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roman theatre. 로마 원형경기장은 이나라 저나라에서 많이도 봤지만, 난 8개 유적지를 입장할 수 있는 multiple entry ticket을 사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뽕은 뽑아야 했으므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입장권을 각각 따로도 파는데 몰랐던 것이다;;) 롯데월드 아니 왠만한 고속도로 IC만한 매표소에 개미새끼 한마리 안보인다는 것도 아이러니 하고, 그 로마 원형경기장 하나를 위해 이 큰 매표소를 지었나 싶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매표구를 하나하나 다 살펴봐도 사람이 안보여서 곧장 입구 쪽으로 갔다. 허름한 차람의 남자 몇명이 수다를 떨고 있다가 내가 두리번거리자 와서 티켓 살꺼냐고 묻는다. 어디서 왔냐, 아름답다, 사랑합니다 중얼중얼~ 그들 특유의 레파토리 다 들은 후 티켓 가지고 안족으로 들어갔다. 어쩜... 이리 사람이 하나도 없을 수가.
원형경기장을 나와 근처에 있는 roman villas 구경. 부서지고 사라진 카르타고의 유적지. 나는 이런 곳을 참 좋아한다. 시리아의 라타키아의 폐허에서의 그때처럼. 내가 역사속 그곳에 서있다고 생각하니 울컥 눈물이 날 듯 하다. 카르타고 하면 카르타고의 영웅 한니발을 빼놓고 생각할 수가 없다. 제 2차 포에니 전쟁때 이곳 카르타고에서 육로로 피레네 산맥과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까지 공격해 갔다고 한다. 예전에 이러한 이야기를 읽었을때는 아 그렇군~ 하고 넘어갔었는데, 지금 튀니지에서 이탈리아에 이르는 길을 떠올려보고 또 내가 까미노길을 걸었을때와 겹쳐 생각해보니, 대체 로마군을 해치우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몇달동안을 진군해 갔던 것일까, 혹은 그 때 역으로 카르타고가 배후에서 침공 당했을때 당장 돌아갈 수 없었을 장군의 마음이 어땠을까 마저 생각하게 한다. 시간상 마지막으로 musee de cartage를 가보기로 하고 어렵~~게 찾아 쉽게 둘러보았다. 대중교통이 잘 되지 않은 곳을 혼자 힘들게 찾아갈때에는 왠지 뿌듯하기도 하지만, 그럴때 관광버스 몇대가 옆을 휘잉~ 지나갈 때는 쉬이 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
다소 허접한 옛 카르타고의 재현도 그림. 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했겠지...?
날이 밝은데도 보이기 시작하는 달
다섯시가 되어갈 무렵,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어 바닷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근처에 Antonine Baths가
있었지만 그냥 패스하기로 했다. 가만히 바닷가에 앉아 똥물을 바라보면서 특유의 멍 좀 때리다가 양사이드에 앉은 연인들의 연애행각에 어여 자리를 비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 TGM을 타고 튀니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을 못먹은 채로 그대로 호스텔로 돌아왔다. 꼬르륵 꼬르륵.
잘 안보이지만 끌어안고 있는 연인. 바다를 찍는 척 하면서 슬쩍
어제 오늘 난 쓰잘데기 없는 돈을 '네번이나' 낭비했는데
1. Wifi - 24h에 3TD라는 돈을 내고 그 추운 식당에서 (1층에서 밖에 사용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시린 손 호호 불어가며 와이파이를 썼는데, 방에서 무료 Wifi가 잡히더라는 것.
2. TGM을 편도로 끊어서 돈을 낭비한 것. (제한된 시간 내에 내렸다 다시 타도 된다고 함)
3. 샤와르마에 감자. 분명 쉬쉬케밥+감자 메뉴를 시켰는데 샤와르마를 주면서 감자도 먹을래? 하기에 달라고 했더니 2TD 추가. 얘들은 내 주문을 어케 알아들은 건지.
4. 괜히 멀티플 티켓을 사서 뽕도 못 뽑은 것.
호스텔엔 새로 중국인 아이가 하나 들어와 있었다. 라지에이터는 고장나서 난방이 안되고, 부들부들 떨어가며 찬물로 샤워하고 나서는 추위에 벌벌 떨며 침낭 속에 얼른 들어가 잠시 그 중국아이와 대화를 하...긴 했는데 금세 곯아 떨어진 그애는 코까지 골고 있다. 내가 가장~~~ 싫어 아니, 증오하는 소리!! 혼자 시린 손을 호호 불어가며 여행 계획을 재정비하는 사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 그녀가 창문 쪽으로 가서 뭔가 확인하더니 이내 매니저를 델꼬 나타났다. 창문이 완전히 안닫겨서 바람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 그래서 역시나 춥지만 그나마 덜한 옆방으로 옮기기로 했다. 무식하게 어제 그냥 잔 나는 뭐지. 2주간 여행할 예정이라는 그녀는 벌써 튀니지를 떠나고 싶다고 했고 속으로는 나도 So do I 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나라로 가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ㅜ.ㅜ.......
TGM (시디부사이드-카르카고) 0.430, (카르타고-튀니스) 0.680
군것질 (콜라+오렌지쥬스) 1.500
Multiple Ticket 9 = 11.610 / 누계 : 95.29 TD
